글 박서원 화재보험협회 재난안전연구팀 연구원
태풍 솔릭 이후 지속되는 호우로 연일 남부·중부·북부를 돌아가며 침수 피해가 보고되었다. 이와 같이 침수 피해가 속출하면 저자의 소속팀 또한 덩달아 바빠진다. 침수 사고 관련 뉴스와 SNS를 모니터링하고 침수 영상을 토대로 침수 위치를 파악하여 [그림 1]과 같이 UCIS 3.0 시스템에 자료를 차곡차곡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집된 사고 자료는 침수흔적도 작성, 침수위험관리 기준 작성, 침수 사례집 작성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활용된다.
이번 글에서는 올해 발생한 침수 사고 중 각별했던 침수 사고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위험과 위험 연쇄작용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는 침수 사고를 혁신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복합재난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그림 1] 2018년 침수 사고 현장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UCIS3.0 화면(ucis.kfpa.or.kr)
2018년 7월 1일 보성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었다. [그림 2]는 침수 사고가 일어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출입구 위치(빨간색 직사각형)와 도로면에서의 빗물흐름 방향(녹색 화살표)을 보여준다. [그림 2, 3]에서 알 수 있듯이 북쪽에서 도로를 따라 흘러 내려오는 빗물은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바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고 당일 많은 비가 내리면서 북쪽의 지표면 유출수가 지하주차장으로 유입되었고 이로 인해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아파트는 2016년 12월에 준공된 신축 아파트로 올해 여름이 두 번째가 되며 처음 겪은 시련이었을 것이다. 이번 사고가 향후 재현될지 모르는 침수 사고 예방을 위해 큰 교훈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이번 침수 사고를 설계 결함에서 시작된 사고로 규정하고 싶다. 지하주차장 출입구 설계 시 이런 점을 고려할 수 있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기 때문이다. 이번 보성군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는 설계결함 위험이 호우 위험과 연쇄작용을 일으키면서 발생한 사고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사고 발생은 단 하나의 위험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위험의 연쇄적 작용에 의해서 일어난다. 재난을 철저히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서는 여러 위험의 영향을 다양한 각도로 살펴보는 복합재난 리스크 관리를 요한다.
[그림 2]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를 당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출입구 위치와 빗물 흐름 방향
[그림 3] 북쪽 빗물흐름이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향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모습
저수지 제방 붕괴 사고는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보성군에 위치한 모원저수지 제방이 2018년 7월 1일에 붕괴되었다. 저수지 제방 안정성은 크게 제방 자체의 견고성과 제방에 가해지는 외력에 의해서 좌우된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저수지 제방의 안전진단은 제방 자체의 견고성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된다. 예를 들면 제방 사면에 이상이 없는지 또는 제방 사면에 누수 되는 곳은 없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에 붕괴된 모원저수지는 안전진단에서 B 등급을 받은 시설로, 제방 자체의 견고성에는 별 문제가 없는 제방이었다.
저자는 모원저수지 붕괴 원인을 제방 견고성이 아닌 제방에 가해지는 외력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았다. 외력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저수지 내의 흐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저수지 내의 흐름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저수면적의 변화, 유입량의 변화, 또는 유입속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림 4]는 모원저수지 상류 지역의 하도(물길) 변화를 보여준다. 2003년 항공 영상에서는 꾸불꾸불한 하도를 보이고 있으나 이후 항공영상에서는 반듯한 하도 모습을 보여준다. 이 지역 탐문 시 2004년에 하도 직선화 공사가 있었다는 비석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하도 직선화는 저수지 유입속도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림 5]는 저수면적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연도별 항공사진을 보여준다. 2013년과 2015년 항공사진에서 저수면적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림에서 파란색 점선은 유입부의 흐름을 제방까지 연장한 선을 보여주는데, 제방과 맞닿는 점의 위치 변화가 뚜렷하다. 저수면적을 확장하면서 유입 유향의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모원저수지 현장 조사에서, 저수면적 확장 이전의 유입 유향의 연장선이 제방과 맞닿는 부분은 다른 부분과 달리 석조 사면으로 보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저수지 설계 시 유입 유향을 고려하여 제방을 보강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번에 붕괴된 제방 지점은 저수면적 확장 이후 연장선이 닿는 지점이며 추가적인 보강 없이 흙사면으로만 시공된 부분이었다. 저수면적 확장 시 유입 유향 변화에 대한 대비까지 고려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원저수지는 1945년에 축조된 시설물로 수많은 풍파를 겪어 왔다. 올해 강수량은 과거 기록 강수량에 비하면 크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저수면적 확장 공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2014년 이후 기록에서는 올해 강수량이 최고 수치를 보였다.
저자는 이번 모원저수지 붕괴 사고는 제방에 가해지는 외력 변화가 주요 요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저수지 흐름변화를 야기한 하도 직선화 및 저수면적 확장, 그리고 확장 이후 최대 강수량의 연쇄작용이 제방에 가해지는 외력 변화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하도 직선화 이후의 영향을 대비하고 저수면적 확장 이후 제방에 가해지는 영향을 고려하여 대비했다면 붕괴라는 사고까지의 연결고리를 차단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98 |
2003 |
2013 |
2015 |
2018년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과 경기 북부에 집중된 호우로 인하여 많은 침수 사고가 일어났다. 특히 눈에 띄는 침수 사고는 수락산 자락에 자리 잡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택가의 사고가 아닐까 한다. [그림 6]은 노원구 상계동 침수 사고 영상을 보여준다. [그림 6]의 왼쪽 아래 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수락산 계곡은 C 지점부터 하천복개(덮거나 씌우는 것)가 이루어져 있다. [그림 6]의 오른쪽 아래 영상은 하천복개시점 유입부를 보여준다. 이 번 침수 사고는 하천복개시점 유입부에 토석 또는 나무 잔해 등이 쌓여 막히면서 월류한 물이 도로를 따라 유출되면서 발생했다. [그림 6]의 오른쪽 위 영상(B 지점)과 같이 도로를 따라 흐르는 급류에 의해 도로가 파손되고 차량이 쓸려갔다. [그림 6]의 왼쪽 위 영상은 A 지점을 촬영한 지표수 유출 영상으로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곳이 상계동 파출소 지점이다.
이번 사고는 하천복개시점의 막힘 위험이 하천 월류를 야기했고, 이로 인하여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침수 사고는 저수지 붕괴에 따른 하류 지역의 침수 사고와 유사한 점을 보인다. 차이점이라면 붕괴가 아닌 월류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하천복개시점 유입부의 막힘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면 이번 사고를 예방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좌측하단 그림 중, 침수 당시 A 지점]
[좌측하단 그림 중, 침수 후 B 지점]
[좌측하단 그림 중, 침수 후 B 지점]
[좌측 그림 중 C 지점 (하천복개시작점)]
재난(또는 사고)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여러 위험의 존재와 위험 간의 연쇄작용이 필요하다. 위험의 연쇄작용 고리를 끊을 수만 있다면 사고를 철저하게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재난발생과정을 위험 연쇄작용의 산물로 바라보고 재난을 관리하자는 것이 복합재난적 사고이다. 따라서 복합재난 리스크 관리는 높은 통찰력과 작은 것 하나라도 간과하지 않고 영향력을 분석하여 반영하는 세심함을 요한다.
단편적으로 사고를 바라보면 사고는 순간적이고 우연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 있지만 복합적인 시각에서 보면 사고는 다양한 사건들의 연쇄과정에서 당연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사전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이 사후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사고를 혁신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탄생한 재난관리 방법이 복합재난 리스크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올해부터 4년간 ‘복합재난 리스크 평가기법 개발’이라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과제를 통해 복합재난 리스크 관리의 토대를 마련하고 국민 안전 혁신에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