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여한승 화재보험협회 화재환경시스템팀 책임연구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건물의 고단열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 에너지 소비 중 건물에너지가 약 25%를 차지하고, 단열재가 포함되는 벽체, 지붕, 바닥의 열손실이 건물 총 열손실의 약 5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 냉․난방 에너지 90% 절감 유도를 위해 건물의 단열성능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녹색건축 달성을 위해 [그림 1]과 같이 2025년 제로에너지하우스 의무화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에서 보듯이, 건물에너지 절감을 위한 외단열시스템(EIFS)이 적용되면서 발생하는 대형 외벽화재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을 유발한다. 대형 외벽 화재의 주요 요인을 한 가지 원인만으로 규정지울 수는 없으나, 언론 등을 통해 외단열 공법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건물에너지 효율화 정책 강화와 화재안전성 정책 강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지만, 개별적으로 추진되면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 건물에너지 효율화 정책 강화에 따른 단열성능 기준 강화가 건물 화재안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고찰하고자 한다.
[그림 1] 국내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중장기 로드맵(출처 : 냉난방공조 신재생 녹색건축 전문저널 2017)
가.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이하, 「설계기준」)’을 녹색건축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주요 내용은 에너지절약 설계에 관한 기준, 에너지절약계획서 및 설계검토서 작성기준, 건축기준의 완화적용, 건축물 에너지 소비 총량제 등이다. 이중에서 건축설계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열관류율표, 단열재의 등급 분류, 단열재의 두께 등이다. 2018년 9월 1일자로 강화된 「설계기준」상의 지역별, 부위별 건축물의 단열기준은 <표 1>과 같으며, 거실 외벽의 경우 공동주택과 공동주택 외의 건물로 나누어 지역별, 부위별 열관류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건축물의 부위 | 지역 | |||||
---|---|---|---|---|---|---|
중부1지역1) | 중부2지역2) | 남부지역3) | 제주도 | |||
거실의 외벽 | 외기에 직접 면하는 경우 | 공동주택 | 0.150 이하 | 0.170 이하 | 0.220 이하 | 0.290 이하 |
공동주택 외 | 0.170 이하 | 0.240 이하 | 0.320 이하 | 0.410 이하 | ||
외기에 간접 면하는 경우 | 공동주택 | 0.210 이하 | 0.240 이하 | 0.310 이하 | 0.410 이하 | |
공동주택 외 | 0.240 이하 | 0.340 이하 | 0.450 이하 | 0.560 이하 | ||
최상층에 있는 거실의 반자 또는 지붕 | 외기에 직접 면하는 경우 | 0.150 이하 | 0.180 이하 | 0.250 이하 | ||
0.210 이하 | 0.260 이하 | 0.350 이하 | ||||
최하층에 있는 거실의 바닥 | 외기에 직접 면하는 경우 | 바닥난방인 경우 | 0.150 이하 | 0.170 이하 | 0.220 이하 | 0.290 이하 |
바닥난방이 아닌 경우 | 0.170 이하 | 0.200 이하 | 0.250 이하 | 0.330 이하 | ||
외기에 간접 면하는 경우 | 바닥난방인 경우 | 0.210 이하 | 0.240 이하 | 0.310 이하 | 0.410 이하 | |
바닥난방이 아닌 경우 | 0.240 이하 | 0.290 이하 | 0.350 이하 | 0.470 이하 |
건축물의 부위 | 단열재의 등급 | ||||||
---|---|---|---|---|---|---|---|
단열재 등급별 허용 두께 | |||||||
가 | 나 | 다 | 라 | ||||
거실의 외벽 | 외기에 직접 면하는 경우 | 공동주택 | 220 | 255 | 295 | 325 | |
공동주택 외 | 190 | 225 | 260 | 285 | |||
외기에 간접 면하는 경우 | 공동주택 | 150 | 180 | 205 | 225 | ||
공동주택 외 | 130 | 155 | 175 | 195 | |||
최상층에 있는 거실의 반자 또는 지붕 | 외기에 직접 면하는 경우 | 220 | 260 | 295 | 330 | ||
외기에 간접 면하는 경우 | 155 | 180 | 205 | 230 | |||
최하층에 있는 거실의 바닥 | 외기에 직접 | 바닥난방인 경우 | 215 | 250 | 290 | 320 | |
면하는 경우 | 바닥난방이 아닌 경우 |
195 | 230 | 265 | 290 | ||
외기에 간접 | 바닥난방인 경우 | 145 | 170 | 195 | 220 | ||
면하는 경우 | 바닥난방이 아닌 경우 |
135 | 155 | 180 | 200 | ||
바닥난방인 층간바닥 | 30 | 35 | 45 | 50 |
1979년 | 1980년 | 2008년 | 2010년 | 2013년 | 2017년 | 2018년 | |
---|---|---|---|---|---|---|---|
열관류율 | 0.9 | 0.5 | 0.47 | 0.36 | 0.27 | 0.21 | 0.15 |
기준 | 외벽 기준 (주거용) |
외벽 기준 | 외벽 중부지방 |
외벽 중부지방 |
외벽 중부지방 |
외벽 중부지방 |
외벽 중부지방 |
비고 | 단열재 두께 규정 |
열관류율 제한 규정 |
열관류율 요구치 강화 |
열관류율 요구치 강화 |
열관류율 요구치 강화 |
열관류율 요구치 강화 |
열관류율 요구치 강화 |
<표 3>은 건축물 단열성능 규정 변천을 요약한 것이다. 1979년부터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쉽게 말해 건축물에 사용되는 동일 물성의 단열재 두께가 지속적으로 증대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 단열성능
「설계기준」에서는 건축물 외피의 에너지성능 기준을 규정함으로써, 부위별 선형 열관류율 평가를 통해 외피 열교
부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손실을 줄이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단열설계를 가능케 하고 있다. 여기서, 외피 열교부위란 외기에 직접 면하는 부위로서 단열시공이 되는 외피의 열교발생 가능부위이다.단열계획 측면에서 단열두께는 외벽, 천장 및 바닥으로의 열손실 방지 기준에서 정하는 단열두께보다 두껍게 설치하여 단열부위의 열저항을 높이도록 정하고 있으며, 외피의 열교방지는 외피의 모서리 부분은 열교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열재를 연속적으로 설치하고 충분히 단열되도록 시공한다. 특히, 단열방식은 내단열, 중단열, 외단열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열교현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단열성능을 높이기 위해 외단열로 설계한다.
외단열과 관련, 외피 열교는 「설계기준」의 건축부문 의무사항 중 단열조치 일반사항을 적용하는 건축물의 부위(거실의 외벽, 최상층에 있는 거실의 반자 또는 지붕, 최하층에 있는 거실의 바닥, 바닥난방인 층간바닥, 창 및 문)가 서로 접하는 모서리 부위에서 주로 발생한다. 건축물에서의 외피 열교는 단면상에서 발생하는 수평 열교와 평면상에서 발생하는 수직 열교로 나뉘어 나타난다. 이중 수평 열교는 외벽이 최상층 지붕 및 층간 슬라브 또는 최하층 바닥이 접하는 부위에서 주로 발생하고, 수직 열교는 외벽이 내벽 또는 외벽과 접하는 부위에서 주로 발생한다.
따라서 외피 열교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열재를 수평 및 수직으로 연속적으로 설치할 경우, 단열성능은 확보될 수 있다. 그러나 외벽 화재발생 시, 불연성능이 아닌 단열재가 설치되고, 외장재와 단열재 사이의 중공층이 있을 경우, 급속한 화재확산 가능성이 있다.
[그림 2] 단면 상의 수평 열교부위 (출처 :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해설서)
최근 10년간 외벽 화재현황을 보면, 화재건수와 인명피해 건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으나, [그림 3]과 같이 재산피해액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5년 1월 10일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후 2016년 4월 8일부터 건물의 외부마감재는 불연재 또는 준불연재 사용이 의무화되었으나,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은 2011년 사용승인이 되어 적용 제외 대상이었다. 이러한 건축물 외벽 화재는 급격한 화재 성상으로 인해 순식간에 화염이 확산되며, 특히, 고층건축물 화재 발생 시에는 초기 진압이 곤란하므로 건물 내부나 외부 건물로 화재가 확대될 수 있다.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2016 | 2017 | 2018.11.29. 현재 | |
---|---|---|---|---|---|---|---|---|---|---|
화재 건수 |
1,679 | 1,550 | 1,587 | 1,566 | 1,437 | 1,463 | 1,434 | 1,539 | 1,903 | 1,515 |
인명 피해 (건) |
32 | 29 | 19 | 27 | 22 | 18 | 21 | 27 | 36 | 22 |
재산 피해 (천원) |
5,999,407 | 5,723,958 | 4,569,038 | 5,731,488 | 6,951,986 | 9,293,580 | 11,780,893 | 15,067,407 | 22,740,555 | 10,693,778 |
[그림 3] 연도별 외벽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액
특히,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건축물 외장재 안전감찰(2017.12.15.) 결과의 주요 사항 중 외벽단열재 건축물 시공 실태를 보면, 저가의 일반제품으로 시공하여 표면만 회색 뿜칠하는 방법으로 눈속임(기준 미달 단열재로 시공)하거나, 건축허가는 적합한 단열재로 받았으나 실제 시공은 유사제품과 섞어 사용(적합제품과 유사제품 혼용)하고, 난연시험을 통과한 단열재 재질(두께)는 5겹인데도 시공은 4겹의 유사 제품으로 사용(시험성적서와 다른 유사제품 사용)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설계도면에 외부마감재(단열재) 표기가 누락되거나 부실하게 기재되는 등 단열재가 화재위험성에 미치는 영향이 간과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2017년 6월 영국 그렌펠 타워 화재에서 보듯이, 가연성 외장재 이외에도 외장재와 단열재 사이에 중공층으로 인해 층간 방화구획처럼 화재확산방지 구조가 적절히 설치되지 않을 경우, 상층부로의 화재확산은 방지하기 어렵다.
[그림 4] 외벽 방화 구조 유무에 따른 화재확산 비교 (출처 : 그렌펠 타워 화재 분석 보고서)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강화에 따른 단열재 두께 증가와 외피 열교 차단을 위한 연속적인 단열계획이 적용이 되는 상황에서 외벽 화재발생 시의 화재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외벽 방화구획 구조는 변화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단순히 드라이비트 공법이 적용된 건물에서의 대형 화재를 통해, 특정 공법이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인식은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된다.
외단열 건축물은 적정 성능의 난연 및 준불연 단열재가 설계도면대로 설치되고 화재발생 시 상층부로 확산되지 않도록 설계반영 및 시공 품질관리가 되어야 한다. 또한 단열재와 외장재 사이의 중공층은 연소확대 통로가 될 수 있으므로 외단열시스템 내부의 방화구획 또는 중공층이 없는 구조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전과 다른 건물 외벽시스템이 시공되는 상황에서 건물 외벽 주위의 에어컨 실외기, 쓰레기 보관소, 자동차 등으로부터 발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다양한 외벽 발화원을 상정한 외벽시스템 대상의 실대규모 화재성능 시험방법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