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는 1940~2023 기간 모든 7월의 지구 표면 평균 대기 온도(globally averaged surface air temperature) 중 올해 7월이 가장 뜨거운 달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또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도래했다고(The era of global warming has ended and the era of global boiling has arrived.) 발언하며, 기후변화의 가속화를 지적했다. 대기 온도가 올라가면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한다. 대기 수증기량 증가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폭풍과 집중호우로 이어져, 풍재, 수재 및 산사태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직 가을 태풍 시즌이 끝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올해는 특히 침수와 산사태로 인해 안타까운 수많은 생명을 잃어야만 했다. 특히 청주 오송 공평 2 지하차도에서는 침수로 14명이 사망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본 기고에서는 올해 있었던 건물 풍수재 면모를 살펴보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의 건물 안전관리 교훈을 찾아보고자 한다.
빌딩풍이라는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빌딩으로 좁아진 구간을 바람이 지나가면서 풍속이 증가하는 가속풍과 빌딩 정면에 부딪힌 바람이 만드는 강한 하강풍(downdraught)과 상승풍(updraught) 등이 빌딩풍을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다. 그림 1은 44층 고층아파트 부속 상가 1층에 설치된 여닫이 유리문의 파손 사고를 보여준다. 태풍 카눈의 영향 아래 있던 2023년 8월 10일 목요일 오전 10시 14분쯤 여닫이 유리문이 강풍에 의해 자동으로 열리면서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리면과 수평인 방향으로 강한 바람이 부는 경우, 외부 기압이 실내 기압보다 낮아지면서 유리문은 밖으로 당겨지는 힘을 받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여닫이문이 조금 열리게 되면, 유리문 안쪽 면에도 바람이 부딪혀 힘을 가하면서 여닫이문의 회전 각속도가 가속화되고 그로 인해서 견딜 수 없는 큰 힘을 받으며 파손에 이르게 된다. 이번 사고를 살펴보면서 건물 관계자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한 가지가 떠올랐다. ‘빌딩풍 환경 내 출입문의 경우 여닫이문(pulling doors)보다는 미닫이문(sliding doors)을 설치하는 것이 풍재 예방 관점에서 추천된다’라는 것이다. 미닫이문은 강풍 시 실내외 기압 차로 인한 자동 열림 현상을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2는 부산이 태풍 카눈의 영향 아래 있었던 날에 외단열 시공 부위가 강풍에 떨어져 나간 사고를 보여준다. 해당 건물의 사고가 더욱 안타까운 건, 사용승인일이 2020년 9월로 신축 건물이라는 점이다. 당시 인근 관측소의 풍속을 보면 최대풍속이 15m/s로 설계풍속 40m/s에 현저히 못 미치는 풍속이었다. 외단열 시공(일명 드라이비트 공법)은 단열 효율이 높고 시공이 간편해, 많은 건물에 적용되고 있지만, 강풍 시 외단열 시공 건물의 파손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단열재는 회반죽(mortar) 혹은 폴리우레탄 접착제로 벽면에 부착되는데, 이와 같은 접착제만으로는 강풍을 견딜 수 없다. 한국페시브건축협회에 따르면 외단열 시공의 풍압은 파스너(fastener, 단열재고정못)가 담당하는 것으로 외단열 시공 시 파스너 시공 생략은 명백한 시공 하자에 해당한다. 해당 건물은 3년밖에 안 된 건물로 하자 책임 기간 5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시공자에게 하자 보수공사를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천군에 수많은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극심했다. 이런 산사태 사고를 보며 저자가 주목한 부분은 산사태 시작 지점이었다. 그림 3은 경북 예천군 은풍면 금곡리 산사태를 보여준다. 산사태 피해 마을 인근에는 예천양수발전소(800MW급)가 있으며, 피해 마을 산사태의 시작 지점은 양수발전소 시설관리용 길(비포장길)이었다. 이처럼 산지에는 도로, 임도, 개발지, 벌목지 등 다양한 관리지가 존재하며, 산사태가 이와 같은 관리지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상당수 목격된다는 점이다. 산사태의 시작 지점이 관리지인 경우 시설관리자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산 사하구 예비군 훈련장에서 시작된 산사태(2019년 10월 3일, 4명 사망)의 경우 국가(국방부)가 35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다. 전남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 산사태(2020년 8월 8일, 5명 사망)는 도로 확장공사장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검찰은 공사 책임자 8명을 기소했다.
그림 4 또한 임도(비포장길)에서 시작된 경북 예천군 효자면 용두리 산사태 사고를 보여준다. 관리지(도로, 임도, 개발지)에서는 산림지와 달리 식생이 없어, 토양이 빗물을 흡수하는 침투량이 적어, 더 많은 빗물이 지표수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런 지표수가 도로 또는 임도를 따라 흐르게 되면, 비포장인 도로는 침식이 시작되며, 침식이 더 진행되는 경우 산사태의 시점이 될 수 있다. 산기슭에 있는 건물의 경우,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류 산림지까지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물론 상류 산림지가 제삼자의 소유라도, 인위적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개발된 관리지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각별한 신경이 필요하며, 사후 배상책임을 묻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상류 산림지에 대한 정기적 감시 일지를 작성하고 산사태 위험이 증폭되는 경우 관할서에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가 필요해 보인다.
제방은 하천수로부터 관리지(제내지)를 보호하는 구조물이다. 따라서 제방이 붕괴하면 하천수가 일시에 관리지로 유입되면서 심각한 침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제당은 하천수를 가로막는 댐 구조물을 말한다. 제당은 비교적 작은 농업용 저수지에서도 볼 수 있고, 우리가 흔히 댐 하면 생각되는 충주호 댐, 소양강댐과 같은 대형 댐에서도 만날 수 있다.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 경우, 제당에서 방류하는 양보다 유입량이 많아질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제당을 월류하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제당 붕괴의 가장 큰 위협이 된다. 그림 5는 괴산댐 제당 월류 사고를 보여준다. 괴산댐 제당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월류 수심이 얕은 경우 붕괴 가능성은 작지만 월류 수심이 깊어지는 경우 붕괴할 수 있다. 월류 당시 댐 하류 주민들에게는 대피 명령이 이뤄졌다.
대형 댐과 달리 저수지의 경우, 월류 위험은 더욱 크다. 대형 댐의 경우 제당에 수문이 있어 방류량 조절이 가능하지만, 저수지 제당의 경우에는 대부분 만수일 때 남는 물을 저절로 흘려보내는 여수로만 있어, 월류 가능성이 더욱 크다. 우리나라에는 약 17,000여 개소의 저수지가 있으며, 통계적으로 매년 한두 건의 제당 붕괴 사고가 발생한다. 올해 또한 그림 6과 같이, 한 건의 제당 붕괴(제당 마루 부분이 유실)와 한 건의 제당 유실(제당 마루가 아닌 사면 유실) 사고가 있었다. 그림 6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저수지 제당은 흙으로 축조되어 있어, 월류시 붕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건물 관리자는 건물 상류 유역에 댐 또는 저수지가 있는지 확인 후 해당 구조물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저수지의 경우 시설관리자가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각별한 체크가 필요하다. 여수로가 부유물 또는 식생으로 막히는 경우, 월류 가능성은 급증하므로, 여수로 막힘 예방 관리 상태를 주로 체크하고 관리 상태 부실 시, 영상으로 기록하고 관리자(시군구청 또는 농어촌공사)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하천의 제방 붕괴 시 우리 건물이 침수 지역에 위치하는지는 화재보험협회 브리지(BRIDGE) 또는 환경부 하천홍수지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하천홍수지도 위험 지역에 건물이 있다면, 하천 수위 모니터링과 물막이 설비(차수판, 모래주머니) 준비, 침수 손해가 있을 수 있는 물건을 높은 곳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재난 시 사고자료를 수집하여 재난 관리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https://ucis.kfpa.or.kr/whathappens.do 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나 재난 사고자료를 볼 수 있다. 건물 풍수재는 건물들의 고유한 특성과 환경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위 환경을 고려한 건물 관리가 필요하다. 주위 환경을 고려한 건물 관리를 위해서는 풍수재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화재는 인재라는 인식이 강해 원인 규명 조사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국내에는 한국화재감식학회와 한국화재조사학회가 활동하고 있다. 올해 있었던 오송 공평 2 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경우, 14명이 사망하는 인명사고였기에, 과학수사가 이루어졌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풍수재는 인재라기보다는 자연력에 의해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여겨, 과학적 수사(감식)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풍수재 예방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풍수재 사고 수집과 풍수재 사고 조사가 필요하다. 이제는 한국풍수재감식학회 또는 한국풍수재조사학회가 활동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