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올해 1월 충남 서천특화시장에 화마가 덮쳤다. 소방당국이 일찍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했지만, 292개 점포 중 227개 점포가 소실됐고 약 65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불이 쉽게 번지는 샌드위치 패널 자재로 건축된 수산물·잡화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화재를 진압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빈 전통시장 화재는 매년 반복되는 사고다.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당시엔 839개 점포가 전소되고 1000억원에 가까운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509건, 재산 피해는 약 1387억원에 이른다.
빈 전통시장은 노후 점포가 밀집돼 있고 낡은 전기배선, 가연성 자재 등을 사용해 화재에 취약하다. 한 번 화재가 일어나면 피해가 막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위험을 대비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의 위험을 덜어줄 화재보험 가입률은 매우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1388개 전통시장 가운데 화재보험에 가입한 곳은 407개(29.3%·2022년 기준)에 불과했다. 전통시장 화재보험 가입률은 2021년 43.5%에서 1년새 14.2%포인트 하락했다. 상인들이 비싼 보험료 등을 이유로 화재보험 가입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전국 전통시장 내 개별 ‘점포’ 상황은 어떨까. 국내 대형 손해보험 5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전통시장 화재보험 원수보험료 추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장 상인들이 개별적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한 보험료 규모(건물구조 급수 1~4급)는 지난해 5억4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23만개가 넘는 전통시장 개별 점포에서 ‘화재 안전망 자력 구축비용’으로 낸 보험료가 5억원대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단순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점포 1개당 민간 보험사에 낸 보험료가 연간 2400원에 못 미친 셈이다.
문제는 화재보험의 수요뿐 아니라 공급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험회사 역시 전통시장 화재보험 판매엔 소극적이다. 불이 나면 전소 가능성이 크고, 시설은 점점 낡고 노후화되는 바람에 손해액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통시장은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문제는 상인의 재산 피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 재정도 투입되기 때문이다. 보험 수요(상인)와 공급(보험사)이 적다고 해서 방치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빈 전통시장 화재보험은 크게 화재공제와 민간 화재보험으로 나뉜다. 화제공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공적 보험이고, 화재보험은 민간 손해보험사가 판매한다. 화제공제에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보장 한도가 적은 편이다. 반대로 민간 화재보험은 정부 지원금이 없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지만 그만큼 보장 한도가 넉넉하다.
빈 대부분 상인들은 보험료가 저렴한 화재공제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화제공제의 경우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액을 충분히 보상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전통시장 화재공제 상품의 최대 보상액은 6000만원이다. 그러나 공제 플랜 중 2000~3000만원대 보장을 선택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민간 보험사에 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보험 관련 전문지식이나 노하우가 떨어진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빈 전통시장 화재 문제를 푸는 첫 번째 열쇠는 ‘예방’이다. 정부·지자체가 안전관리를 강화해 전통시장 시설 안전도를 높여야 한다. 지금은 사고가 났을 때 사후 수습에 급급하지만, 사전 예방에 재원을 미리 투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빈 안전도가 올라가면 보험사의 손해율이 낮아져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보험료가 내려가 상인들의 보험 가입률이 높아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빈 한국화재보험협회가 펼치는 ‘모두가 안전한 전통시장 만들기’ 캠페인도 이 같은 맥락에서 긍정적으로 보여진다. 협회는 9월부터 전국 217곳의 전통시장에 소화기 8000대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화재를 예방하고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협회는 이와 함께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등 8곳 시장에서 소방청과 함께 화재 예방 합동 캠페인도 벌인다. 각 캠페인 현장에서는 소화기 전달식과 함께 소방시설 안전점검도 이뤄진다.
빈 정부와 지자체가 화제공제뿐 아니라 민간 보험사의 화재보험에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간 보험사가 상품을 보다 잘 만들고 보험료 운용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한정된 재정을 어디에 쓰는 것이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빈 국회에서도 전통시장 화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입법 추진에 나설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전통시장만 화재보험 의무 가입대상에 해당한다. 전통시장의 업종, 건물의 규모, 구조 등 위험의 특성별로 전통시장을 세분화해 관리하기 위해선 전통시장만을 위한 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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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보험사가 단독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경우 여러 보험사가 계약을 공동인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공동인수란 사고위험이 높아 보험사가 단독으로 인수하기 어려운 계약을 여러 보험사가 나눠 분담하는 제도다. 화재보험법과 공동인수 상호협정에 따르면 3000㎡ 이상의 전통시장은 화재보험 가입을 거부당하면 화재보험협회에 공동인수를 신청할 수 있다. 공동인수 업무를 위임받은 한국화재보험협회는 보험계약 안내부터 보상처리까지 전반적인 업무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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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000㎡ 미만의 전통시장의 경우 공동인수 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전통시장이 화재보험을 가입하고자 해도 보험사로부터 거절받으면 화제공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공동인수 상호협정 개정을 위해선 금융당국 인가가 필요하다. 모든 전통시장에 대해 공동인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빈 정부도 이 같은 전통시장의 화재 위험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 작업에 나섰다. 올해 6월 행정안전부와 중소기업벤처부는 보험업계, 외부 전문가 등과 함께‘전통시장 화재보험 제도개선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보험업계, 시장 상인 등이 한마음 한뜻으로 위험 관리에 나서 사회안전망을 한층 더 튼실히 조여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전통시장 화재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와 보험의 콜라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