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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의 화재 위험과 피해 저감 대책-1

유호정 책임(화재보험협회 방재컨설팅팀)

우리나라에서 최근 아파트에서 연이어 발생한 안타까운 화재 및 인명피해로, 공동주택의 화재위험과 피난안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화재 사고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대한민국의 국민의 2/3 가량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공동주택 특성상 수많은 세대 중 한 곳에 화재가 발생하면 아파트 단지 전체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기에 그 파급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화재 현황 및 근래의 공동주택 관련 화재 사례 등을 다시 살펴보고, 이를 교훈 삼아 앞으로 정립해야 할 안전대책, 법규 등이 있는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1. 공동 주택 관련 화재 통계

필자가 먼저 생각해 본 관점은 우리나라의 (공동)주택이 화재에 얼마나 안전한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이다. 이와 비슷한 질문으로 우리나라의 교통 안전 수준이 어떠한지 알아보는 것인데, 이는 다른 국가와 연간 단위인구당 교통사고 건수, 사망자, 부상자 수 등을 비교하여 간접적으로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재안전과 관련해서도, 그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는 우리나라와 주거형태나 생활수준 등이 유사한 다른 지역(국가)와의 비교를 통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일인당 국내 총생산(GDP), 생활 수준 및 거주 형태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일본의 화재현황을 한국과 비교해 보고, 서울특별시 및 경기도와 도쿄도1) 의 화재통계 자료를 비교해 본다. 단, 통계의 추출, 분석 방식은 각 국가마다 다르고, 그 환경적, 문화적 요인이 반영되는 것이라, 거시적 관점에서의 큰 추세를 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1)우리가 떠올리기 쉬운 도쿄의 반경은 옛 도쿄시로, 현재는 도쿄도의 중심부이며 23개 특별구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도쿄시’ 라는 행정구역은 1943년에 폐지되고, 광역시 개념으로 좀 더 넓은 권역을 포괄하는 동경도로 행정구역이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화재통계자료도 동경도 전체 자료를 분석한다. 참고로 도쿄 23구로 한정했을 때의 인구는 2020년 6월 기준 약 969만 명이고 면적은 628 km²로, 서울의 인구 약 930만, 면적 605 km²와 비슷한 면적과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가. 국내 공동주택 화재 현황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의 화재통계에서 공동주택은 아파트, 주상복합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기숙사를 포함한다. 단독주택은 단독, 다중, 다가구, 상가주택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 외에 기타 주택으로 비닐하우스, 주거용 컨테이너 등이 있다.

[표 1] 한국의 공동주택 화재 관련 통계

[그림 1] 한국의 공동주택 화재 관련 통계 추이

최근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공동주택의 화재 건수가 특별히 늘어나거나 사상자가 증가한다고 볼 수 있는 추세는 뚜렷하지 않다. 최근 10여년 간 주택화재 현황을 전체 화재에서 살펴보면, 주택화재의 비율은 30% 이하이나, 주택 화재 사망자 비율은 60% 내외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공동주택의 화재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 내외를 차지하고 있어 그 비중이 크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표 2] 전국적인 화재 현황과 (공동)주택 화재가 차지하는 비율

나. 일본과의 비교

1) 일본의 가옥 구조 및 공동주택 거주 실태

일본의 경우 가옥구조가 목재인 주택이 많고, 공동주택(아파트)의 선호도가 높은 한국과 달리 단독주택 주거 비율이 높으며, 고령화가 우리보다 먼저 시작되어 주택 거주자의 고령자 비율 및 화재로 인한 고령자(65세 이상) 사망 비율도 상당하다.

일본의 부동산 리서치 회사 도쿄칸테이(동경 감정)에 따르면 전국 세대수에서 차지하는 분양 맨션 재고를 나타내는 ‘맨션화율’을 조사한 결과 2021년은 전년대비 0.07% 확대된 12.82 %라고 공표했다. 7.8세대 중 1세대가 맨션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별로 맨션화율 1위는 도쿄(27.80%)이다. 이러한 자료를 보면 60%에 달하는 한국보다는 공동주택 주거비율이 현저히 적은 편이다.

2) 한국과 서울의 주거 형태

한국의 최근 통계는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주택 수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63.5%로 나온다. 서울특별시의 주택유형은 2020년 기준으로 아파트가 59%로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형태이며, 이어 다세대주택이 26.1%, 단독주택이 10.4%, 연립주택이 3.6%를 차지하였다.

[표 3] 일본과 한국의 주요 지표 및 화재 현황

[그림 2] 일본과 한국의 화재현황 비교

위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관련 단위인구당 화재 건수는 일본에 비하여 상당히 크나, 단위인구당 사망자 수는 그에 반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또한 서울특별시는 단위인구당 주택화재 사망자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온다.(백만명당 1.9명)

일본이 한국보다 단위인구당 주택화재 사망자수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화재 리스크, 위험요소(hazard) 상에서 볼 때 일본의 목조가옥 구조, 재실자의 고령화, 공동주택의 낮은 비율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서울특별시의 경우 60%에 달하는 아파트 거주비율, 높은 수준의 소방대 구성 및 운영 시스템, 그리고 거주지역 집중화로 짧은 소방대 출동시간 등이 영향을 미쳐 주택 화재로 인한 치사율이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간략한 통계 분석만으로 한국의 주택 공간이 화재에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일본과 비교하여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 공동주택 주요 화재 위험요인

공동주택은 기존의 일반적인 아파트, 연립주택 뿐만 아니라 최근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어 그 위험요인도 그 모습에 따라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협회의 안전점검 수행시 필자가 경험한 다양한 형태의 공동주택에서 발견되는 주요 위험요인에 대해 알아보겠다.

가. 복도식 아파트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일반적인 형태의 아파트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벽체에 각 동의 간격이 적당히 있게 배치되고, 지상층부터 세대가 배치되어 있는 계단식이거나 복도식인 구조의 고층의 건물이다. 이러한 아파트 중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에는 세대 내부 화재시 세대 현관문 쪽으로 연기 및 화염이 번진다 하더라고 외부 바람 등의 영향이 크지 않다면 대부분 개방된 복도를 통해 대기 중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인근 세대의 수평 전파나 수직 전파가 쉽게 되지 않을 수 있는 구조이다. 이를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 제4항에서는 ‘갓복도식 공동주택’이라고 하며, 각 층의 계단실 및 승강기에서 각 세대로 통하는 복도의 한쪽 면이 외기(外氣)에 개방된 구조의 공동주택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구조는 화재 시 연기의 배출이나 피난 등의 활동에 유리한 형태이므로 [16층 이상이라도 직통계단을 특별피난계단 구조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건축법 시행령 제 35조)] 그런데 갓복도식 공동주택의 복도에 새시(미서기창)를 설치하는 경우는 화재 시 연기의 배출이나 피난 등의 활동을 현저히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피난계단이 설치되지 않은 16층 이상의 갓복도식 공동주택에 추후 새시를 설치한다면, 이는 화재시에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

[그림 3] 공동주택의 여려 유형

[그림 4] 갓복도식 16층 공동주택의 피난계단(왼쪽)과 새시를 설치한 갓복도식 16층 공동주택의 특별피난계단(출처: 이재인, 그림으로 보는 건축법)

나. 아파트의 발코니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을 넓게 쓰기 위해 원래 주거공간이 아닌 발코니 구역을 공사하여 확장하여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발코니 확장시 엄격한 기준을 지키는 경우라면 위험도가 많이 상승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발코니 부분이 생활 공간과 구획·분리되지 않고 가연물 하중이 증가한 상태가 되어버리면 화재시 수직 상부 세대의 발코니를 타고 넘어가기 쉬운 조건이 형성된다. 아파트 세대 내 화재시 상층부 세대의 피해가 심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발코니 확장일 수 있다.

다. 주상복합형 아파트

주상복합형 아파트의 경우는 저층부에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이 다수 입점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러한 경우 동일 건물 내 저층부의 화재위험도가 증가한 상태이며, 이는 상층부에 위치한 거주공간으로 연소확대위험 및 피난시 인명피해 리스크도 크게 만든다. 남양주 주상복합아파트 화재(2021.4.10.)의 경우 상가의 중식당에 발생한 화재가 인근 상가, 주차장 및 상부로 연기 등이 전파되어 공동주택 거주자들도 일부 연기흡입 등의 부상이 발생하였다. 이는 주상복합 아파트 뿐만 아니라, 상가 등이 저층부에 위치할 수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등도 유사한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한 최근의 주상복합형 아파트는 점점 고층화되고 다양한 디자인을 반영하여 기존의 외벽 구조와 다르게 외부 마감재로 단열재를 다양하게 활용한 건물이 많다. 외벽 관련 법적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에 가연성 단열재가 들어간 외벽마감재가 사용된 곳이 종종 있어 이러한 건물은 저층부 화재시 상층부로 급속하게 연소확대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고, 지난 2020년 울산 남구의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2010년 해운대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가 대표적인 화재이다. 문제는 이러한 가연재 옷을 두르고 있는 건물들이 여전히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림 5] 울산 남구의 주상복합 건물의 화재 현장(화재 외벽 전파) [출처: 연합뉴스]

어간 외벽마감재가 사용된 곳이 종종 있어 이러한 건물은 저층부 화재시 상층부로 급속하게 연소확대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고, 지난 2020년 울산 남구의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2010년 해운대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가 대표적인 화재이다. 문제는 이러한 가연재 옷을 두르고 있는 건물들이 여전히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라. [도시형 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 생활형 숙박시설]

도시형 생활주택은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규제가 완화된 항목이 많아 경제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을 수 있으나, 관리사무소 설치의무, 인접 건물과의 이격 거리 등 안전과 관련된 항목들이 완화된다. 이러한 도시형 생활주택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그 규모가 적어 경비원, 보안요원 등의 관리인원이 상주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안전관리 및 소방시설 유지관리가 쉽지 않게 된다. 또한 건축자재 관련 규제 완화로 인하여 가연성 외벽마감재(가연성 단열 심재 패널, 드라이비트 마감재 등)를 쓴 건물은 외벽을 통한 연소확대가 쉬울 수 있다. 또한 건물 저층부에 근린생활시설이 위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해당 시설 화재시 상층부로 전파될 수 있는 구조이다. 도시의 상업지구 내 위치하는 주거용 오피스텔도 결국 사람의 주거가 목적이 되는 공간으로, 유사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소규모 공동주택인 도시형 생활주택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알게 한 사고는 2015년 1월 10일 발생한 ‘의정부 OO아파트’ 화재로, 필로티 구조의 1층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가 순식간에 외벽 가연성 단열재를 통해 상층부로 확산되고 건물 내부 공간까지 침투하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다음 호에서 계속]

[참고문헌]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화재현황 비교, 유호정, 위험관리정보(2013.3)
2022년도 화재통계연감, 소방청
2022년 화재현황, 일본 소방청
동경 소방백서 2023, 동경 소방청
경기도 주거만족도·선호도 분석을 통한 지역별 주택수요 변화 연구, 경기개발 연구원
서울연구데이터베이스 홈페이지, 서울연구원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소방청
그림으로 보는 건축법, 이재인, 서울특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