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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리스크 보험안전망 강화를 위한 개선과제

글 이필수 메리츠화재 상무

1. 머리말

화재는 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삶에 불가피하게 함께하고 있는 재난이다. 최근 밀양 요양병원과 제천 스포츠센터를 비롯한 화재사고가 잇달으면서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현대사회에서 점점 복잡, 다양화되는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 보험과 관련한 각 주체들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개선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우리나라 화재보험 현황

가. 보험규모 및 위상

(1) 보험산업의 규모

(가) 우리나라의 보험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볼 때 세계 7위의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규모>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규모 ✽ 출처 : 2016년 보험료 및 세계시장 순위 : 보험개발원 자료(2018.2.) 인용

(2) 보험에 대한 인식

  1. (가)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보험침투도(총보험료/GDP)는 손해보험의 경우 5.1%로서 OECD 평균인 4.5%를 웃돈다. 또한 가구당 보험가입률(2017.10월 보험연구원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은 2017년 손해보험은 89.5%, 생명보험은 84.9%이다.
  2. (다) 이와 같이 우리의 보험의 규모나 침투도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집보험 가입률은 32%에 머물고 있다. 미국 96%, 영국 93%, 일본 82%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목조 단독주택이 많은 점, 자연재해가 많은 점, 임대차계약에서 보험증권을 요구하는 사회적 관습 등으로 인하여 보험가입률이 높고, 일본의 경우에는 국가적 재난인 지진에 대비하는 보험수요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이하‘화보법’)에 의한 의무가입 대상이 되지 않으면, 단독주택이나 소형공동주택은 보험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당 보험료에 있어서도 미국은 120만원, 일본은 43만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건당 1만원 정도이다.
  3. (라)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보험은 외형적으로는 선진국이라 할 만큼 크게 성장했지만 보험수요자의 인식, 공급자인 보험회사의 역량,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등 질적인 측면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나. 화재보험 역사와 오늘의 모습

(1) 화재보험의 탄생과 변천

화재보험은 1666년 런던의 3분의 2를 태운 대화재를 기점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쳐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산업기술도 발달하고 위험도 다양화되었으며, 그에 따라 보험가격 산정, 인수 및 보유능력 등 보험기술도 발전하게 되면서, 화재리스크 뿐만 아니라 폭발, 붕괴, 태풍, 침수, 지진 등 모든 손인(損因)을 담고, 배상책임 및 휴업손실, 비용손실 등 다양한 담보가 통합되었다.

(2) 화재로 인한 피해의 유형

불은 여러 형태의 손실을 가져온다. 우선 불로 인한 소유주의 재물손실, 소유주와 관련된 인명피해, 사업장의 복구시까지 영업손실, 인접건물 등 타인의 재물이나 인명피해와 관련한 배상책임손실 등이 그 예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재물 소유주의 손실보다는 타인의 인명과 재산손실이 훨씬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3. 화재리스크와 의무보험

가. 의무보험의 탄생

대개 대형사고는 의무보험 탄생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1973년 대연각호텔 화재는 화보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3년의 서해훼리호 침몰로 유도선배상책임보험, 2009년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를 계기로 다중이용업소 화재배상책임보험이 의무화되는 등 대형사고로 인하여 의무보험이 새로 도입되거나 기존 의무보험의 범위가 확대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나. 의무보험 및 정책보험의 의미

(1) 의미의 차이

일반적으로 의무보험은 법률에 의하여 가입이 강제되는 보험인데 반해, 정책보험은 가입이 강제되지는 않지만 정부가 직접 돈이나 인프라를 지원하거나 운영에 관여하는 보험을 말한다.

(2) 사회보험과 민영보험의 차이

보험은 운영목적에 따라 사회보험과 민영보험으로 나뉜다. 사회보험은 기본적으로 공공구제와 부의 재분배가 주목적인데 반해, 민영보험은 보험이 갖는 기본특성상 공공성은 가지고 있되 상법상 상행위이다. 보험료 측면에서도 사회보험은 소득이 높은 사람의 보험료가 높은 방식임에 반해 민영보험은 위험이 높은 사람의 보험료가 높은 방식이다.

(3) 정책보험의 특성

정책보험은 민영보험과 사회보험의 중간정도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지 못하는 영역에 정부가 양측을 유인하여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통상 수요자에게는 보험료나 보험금 지원, 공급자인 보험회사에는 국가재보험으로 대형위험을 분담해 주는 방식이 있다. 농작물보험, 풍수해보험 등이 좋은 예이다.

(4) 의무보험의 특성

인명피해가 수반되는 대형사고는 통상 피해자가 불특정한 일반국민이며, 피해의 규모가 크다보니 사고유발자의 배상자력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은 원인유발자의 책임원칙에도 불구하고, 변제능력이 없는 가해자를 넘어 국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가해자의 배상자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의무보험이 도입되었다.

다. 법규로 규정하고 있는 보험 현황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규정한 제도성 보험(공제, 보증 포함)은 144종에 이르고 있다. 이 중 가입의무가 있는 의무보험과 가입을 요구할 수 있는 준의무보험은 총 131종이다.

<제도성 보험 현황>
제도성 보험 현황
구분 법령수 비중(%) 비 고
의무보험 104 72.2 가입 강제
준의무보험 27 18.8 요구권한 또는 대안중 선택적 가입
정책보험 6 4.2 의무는 아니나 정부가 운영에 개입
사회보험 5 3.5 국민연금, 건강, 고용, 산재, 노인장기요양
기타 2 1.4
총계 144 100.0
<제도성 보험의 보험종류별 현황>
제도성 보험의 보험종류별 현황
종목 법령수 비중(%)
배상(일반,생산물,전문배상 등) 72 50.0
보증(이행,인허가,지급 등) 28 19.4
재물 8 5.6
기타 36 25.0
총계 144 100.0

라. 의무보험의 문제점

(1) 허술한 미가입자 관리

의무보험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법률에 규제대상자의 책임, 가입의무, 미가입시 제재, 미가입자의 통합관리, 제재의 실효적 집행 등이 잘 규정되고 이행되어야 한다. 현재의 의무보험중 가장 운영이 잘 되고 있는 것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자배법’)에 따른 자동차보험과 다중업소법에 따른 화재배상책임보험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제·개정된 법규는 미가입자 제재조항이 없다든지, 또는 미가입자에 대한 제재행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의무보험 미가입시 아예 제재가 정의되어 있지 않은 법령은 144종 중 74종으로 51%에 달하고 있다.

(2) 법률의 불완전성 사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체육시설업법’) 및 시행령을 보면 의무가입대상자인 체육시설업자는 업을 등록하거나 신고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가입하면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계속 그 보험의 효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해당조항의 보완이 필요하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5조(보험가입) ① 법 제26조 본문에 따라 체육시설업자는 체육시설업을 등록하거나 신고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제3조제1항 각 호에 따른 금액이상을 보장하는 손해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3) 법간 상충 및 사각지대 사례

법간 상충과 사각이 동시에 존재하는 법규의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4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중략) ②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수건물의 다중이용업주에 대해서는 제13조의2부터 제13조의6(화재배상책임보험)까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 (가) 상충 사례
    특수건물인 공유시설의 다중이용업주 입장에서 보면, 우선 다중업소법에서는 화보법의 특수건물에 해당되므로 배제된다. 화보법 시행령 제2조제1호의2의 공유재산이며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가입한 물건이므로 특수건물에서 제외되어 다시 다중업소법의 대상이 된다. 결국 이중규제에 해당될 수 있다. 원래 취지와는 달리 법안문안의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로 볼 수 있다.
    (나) 사각지대 사례
    다중업소법은 의무보험 가입자가 다중이용업주, 즉 소유사실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점유자가 규제대상이 되는데, 화보법은 소유자가 규제대상이 되어 특수건물 내 다중이용업주가 소유자가 아닌 점유자, 예로 임차인인 경우에는 다중업소법과 화보법 모두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 4. 각 주체별 역할

    가. 보험회사

    (1) 사회안전망 역할 강화

    보험회사는 상행위로 보험을 영위하므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보험의 공익적 기능을 고려하여 사후복구기능을 넘어서 사고전 예방활동을 강화하여야 한다. 그러한 활동으로는 안전진단과 컨설팅, 사고예방을 위한 교육 등을 들 수 있다.

    (2) 꼼꼼한 보험금 산정

    보험금의 재원은 기본적으로 같은 POOL에 있는 보험가입자의 보험료이다. 즉,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내고 보험에 가입하는 모든 가입자에게 공정하고 정확한 보험금의 산정과 지급을 위임받은 것이다. 따라서 보험금을 지급할 때에는 사고가 나지 않은 대다수의 보험가입자가 믿고 낸 보험료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보험사기나 부적정한 보험금으로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고도 세심한 보험금의 산정과 지급이 필요하다.

    (3) 합리적 보험료 산출

    최근 대형화재를 경험한 제천 스포츠센터를 비롯한 많은 건물들의 외벽이 화재를 확산할 수 있는 드라이비트 재질로 시공되어 있다. 보험료 산정시 화재에 가장 강한 1급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기준으로 저렴한 보험료를 납입한 건물이 실제로는 4급의 샌드위치패널과 흡사한 화재피해를 경험하고 있음을 볼 때, 화재보험료 산정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이다. 아울러 최신의 새로운 공정이 나날이 개발되고 있는 현실을 보험회사의 화재보험 요율서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여러 불합리한 과거의 요율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 정부

    (1) 최소한의 규제

    선진국은 리스크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적 자치계약상 보험을 요구하는 환경 등으로 인하여 가입의무로 규제하지 않아도 가입률이 높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규제없이는 보험장치가 잘 작동되지 않고, 보험회사와 가입자를 상대적 강자와 약자로 패러다임화하여 보험회사에 대한 규제도 비교적 강한 편이다. 최소한으로 규제를 하면서도 보험가입률을 높이고 건강하게 보험제도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2) 미가입자 관리

    법의 제·개정으로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것 이상으로 보험가입률과 미가입자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법규마다 제재의 방법 및 수준이 다르고, 심지어는 규제를 받는 대상자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미가입자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거나 실제로 집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잘 운영되고 있는 보험제도를 연구하여 표준 법안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하고도 시급한 것은 미가입자의 통합 전산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3) 재난관련 제도의 통합관리

    각 부처별로 재난관련 법규들이 산재해 있으며, 그 문안이나 규정도 목적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따라서 앞서의 사례처럼 상충문제나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형별 법규의 제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규제자의 입장이 아닌 규제 대상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고 단순해야 제도화 효과가 극대화되고, 그렇게 되어야 미가입자도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4) 형평적 규제

    전통시장 화재보험처럼 보험이 꼭 필요한 영역이지만 활성화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보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원인을 상호간에 잘 들여다보고 정부의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 보험사업자와 공제사업자 등 보험산업과 관련한 주체들에게도 균형있는 규제와 역할이 필요하다.

    다. 보험소비자

    (1) 기업소비자

    보험료는 비용이 아닌 원가이다.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이 비용절감 운동을 할 때, 보험료를 내리기 위해서 보험목적물을 최소화하거나 보상한도를 줄이는 경향을 많이 보아왔다. 소화설비에의 투자나 보험료는 원가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보험은 1년에 한 번 가입할 때만 신경쓰면 되는 본업 이외의 일이 아니라 상시 챙겨야 하는 본연의 업무로 인식하여야 한다.

    (2) 개인소비자

    일반적으로 보험가입자는 보험료를 낼 때 10원이라도 덜 내려고 하고, 보험금을 받을 때는 10원이라도 더 받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가입하는 한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돈이 많은 큰 보험회사에서 아주 작은 부분쯤으로 생각하는 일종의 오해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보험료는 나와 같은 목적과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낸 것이며, 덜 내는 보험료나 더 받는 보험금은 바로 동료자들의 부담으로 되돌아간다.

    (3) 보험은 이웃과 사회를 보호하는 장치

    보험소비자는 큰 위험에 대비하는, 즉 진짜보험을 구매할 수 있도록 리스크를 잘 따져보고 최적의 보험설계를 하도록 해야 한다. 보험은 개인과 보험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며 나만이 아닌 이웃, 사회까지 보호하는 안전망으로서의 도구이자 장치이다.

    5. 맺음말

    화재보험이 탄생한지 350년이 지났지만, 보험의 기능은 지금도 우리의 생활에서 꼭 필요한 필수품으로 작동되고 있다. 재난의 형태는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지만 정부, 보험회사, 보험가입자 등 보험과 관련한 주체들의 노력으로 그 혜택과 순기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현재의 많은 제도적, 인식적, 운영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방안도 제시해 보았다. 보험이 우리 사회의 안전망으로서 좀 더 완벽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