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영규 화재보험협회 재난안전연구팀 과장, 공학박사
매년 폭염 때면 미디어에서는 차량 보닛 위에서 삼겹살을 굽고 계란 프라이를 하는 모습을 앞 다투어 내보내며 폭염의 맹위를 보도해왔다. 올해도 여지없이 이런 장면은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보도되며 폭염을 공감케 했다. 또한 올해는 베란다에 놓인 유정란이 폭염에 부화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보도되면서 올해 폭염의 놀라움을 다시금 실감케 해주었다[그림 1]. 이 외에도 폭염으로 인하여 건물 내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고가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그 중에서 2장에서는 폭염과 화재를, 3장에서는 폭염과 파손을 다루며, 4장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건물 사고 리스크를 경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모색해보고자 한다.
동아일보 (2018.07.25.)
JTBC (2018.07.25.)
[그림 2] 에어컨 실외기 화재 위험 방송
(KBS 2016.08.12)
[그림 3] 자연발화 화재 위험 보도
(JTBC 2018.08.01)
폭염으로 인한 냉방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와 관련한 화재도 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냉방기 관련 화재 중 [그림 2] 방송에서와 같이 에어컨 실외기 화재로 국한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표 1>은 서울특별시에서 에어컨 실외기와 관련하여 발생한 주택화재건수와 일최고기온을 기준으로 작성한 폭염일수를 보여준다. 에어컨 실외기 관련 주택화재건수와 화재율은 일최고기온 35°C를 기준으로 설정한 폭염일수와 가장 큰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림 4]는 일최고기온 35°C 기준 폭염일수와 에어컨 실외기 관련 주택화재 건수와 화재율을 보여준다. 올 해 실외기 화재건수는 21건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는 2위를 차지한 2016년 화재건수(7건)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실외기 백만대당 화재율로 보면 올해 화재율이 백만대당 5.66건으로 2008년 이후 최고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2위를 기록한 2008년 화재율(백만대당 2.93건)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폭염으로 인한 화재 리스크 증가는 건물 소유주는 물론 손해보험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 | 에어컨 보급률 (대수/가구) |
한국전력 고객호수 |
에어컨 보급대수 |
주택 실외기 화재건수 |
화재율 (백만대당) |
최고기온 30°C 이상일수 |
최고기온 31°C 이상일수 |
최고기온 32°C 이상일수 |
최고기온 33°C 이상일수 |
최고기온 34°C 이상일수 |
최고기온 35°C 이상일수 |
최고기온 36°C 이상일수 |
최고기온 37°C 이상일수 |
최고기온 38°C 이상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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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 0.56 | 3,036,105 | 1,704,156 | 5 | 2.93 | 31 | 20 | 10 | 3 | 2 | 1 | 0 | 0 | 0 |
2009 | 0.60 | 3,061,319 | 1,841,794 | 3 | 1.63 | 27 | 13 | 8 | 4 | 1 | 0 | 0 | 0 | 0 |
2010 | 0.64 | 3,127,242 | 2,012,114 | 4 | 1.99 | 49 | 28 | 11 | 2 | 0 | 0 | 0 | 0 | 0 |
2011 | 0.69 | 3,213,280 | 2,206,361 | 1 | 0.45 | 36 | 24 | 14 | 3 | 2 | 0 | 0 | 0 | 0 |
2012 | 0.73 | 3,297,656 | 2,411,592 | 6 | 2.49 | 41 | 35 | 25 | 14 | 9 | 7 | 2 | 0 | 0 |
2013 | 0.78 | 3,396,721 | 2,640,660 | 4 | 1.51 | 49 | 34 | 17 | 2 | 0 | 0 | 0 | 0 | 0 |
2014 | 0.82 | 3,441,223 | 2,838,896 | 5 | 1.76 | 40 | 23 | 14 | 10 | 3 | 1 | 0 | 0 | 0 |
2015 | 0.87 | 3,467,528 | 3,030,491 | 2 | 0.66 | 60 | 39 | 18 | 8 | 5 | 1 | 1 | 0 | 0 |
2016 | 0.92 | 3,506,464 | 3,241,381 | 7 | 2.16 | 56 | 47 | 35 | 24 | 18 | 9 | 4 | 0 | 0 |
2017 | 0.98 | 3,563,803 | 3,479,282 | 5 | 1.44 | 44 | 26 | 20 | 10 | 6 | 2 | 0 | 0 | 0 |
2018.8.16 | 1.03 | 3,603,744 | 3710,445 | 21 | 5.66 | 45 | 39 | 37 | 31 | 27 | 21 | 13 | 7 | 4 |
- 2018년 한국전력 고객호수는 EPSIS 통계자료(2008-2017)의 과거 증가추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수치임 - 연별 에어컨 보급률은 EPSIS 전국 에어컨 보급률 통계자료(1979-2013)의 추세선을 바탕으로 추정한 수치임 |
[그림 4] 에어컨 실외기 관련 주택화재건수, 화재율 그리고 일최고기온 35°C 이상 일수
[그림 3]에 보이는 것과 같이 올해는 폭염 시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건수도 급증했다. 또한 옆집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직접 촬영한 자연발화 영상이 화재가 되기도 했다. 의자에 놓인 라텍스 베개에서 자연발화 하는 영상은 폭염으로 인한 화재 경각심을 일깨우기 충분한 영상자료의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은 자연발화 위험은 우리의 보금자리를 위협하고 있어 폭염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리는 열에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폭염에 [그림 5~8]에서와 같이 유리창이 파손되는 사고가 언론에 널리 보도되었다. [그림 5]는 백화점 건물 유리창이 지상 보도로 떨어져 이슈가 된 사고였으며, 당시 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유리창을 지탱해주는 실리콘이 폭염에 녹으면서 유리창이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림 6]은 대학 건물 유리창 파손 사건 관련 보도 영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림 7]은 경찰서 캐노피 유리창이 파손된 것을 보도하는 영상이다. 두 사고 모두 폭염에 의해서 저절로 유리창이 파손되었다고 관계자들이 말하고 있다. [그림 8]은 2016년에 있었던 사고로, SUV 차량의 뒷유리가 폭염에 파손되는 순간을 포착한 영상으로 큰 화재를 모았었다. 유리창 파손은 강풍 시 간판 낙하 사고와 같이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 유리창 파손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그림 5] 폭염에 백화점 건물 유리창 파손
(JTBC 2018.07.24.)
[그림 6] 폭염에 의한 대학 건물 유리창 파손
(JTBC 2018.07.25.)
[그림 7] 폭염에 의한 경찰서 캐노피 유리창 파손
(연합뉴스TV 2018.07.25.)
[그림 8] 폭염에 의한 자동차 유리 파손
(연합뉴스TV 2016.08.18.)
폭염과 건물 파손, 관련하여 국외 보도를 살펴보면, 영국의 AA 보험사 관계자와의 인터뷰 기사1)에 관심이 끌린다. 보험사 관계자에 따르면 폭염이 지속되는 경우 건물 침하와 관련된 보험청구가 증가한다고 한다. 암반이 아닌 토양 위에 건물을 짓는 경우 폭염이 지속되는 시기에 토양이 건조되면서 지반 침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는 손상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영국 AA 보험사에 따르면 실제도 2006년에 침하 관련 보험청구가 평년 대비 상당한 증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고가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먼저 폭염으로 인한 화재 사고 리스크 경감 방안에 대해서 모색해보고자 한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폭염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건물과 냉방기에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냉방기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화재 사고 리스크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이와 같은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건물과 냉방기가 적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건물은 폭염 시 외부 열을 지금보다 더 많이 차단할 수 있어야 하고 냉방기의 화재 발생률을 지금보다 현저하게 낮추는 기술과 관리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도(1+++등급에서 7등급까지 10구간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우리가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에너지효율등급을 고려하듯, 주택 구입 시 건축물의 에너지효율등급이 고려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 에어컨 실외기 화재의 대부분은 전기적 요인으로 장시간 사용과 관련이 크다. 우리나라는 2011년 1월에 가전제품에 권장안전사용기간 표시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그림 9 하단]. 현재는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일부 가전제품에만 적용되고 있으나 에어컨을 포함하여 모든 가전제품으로의 확대 시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017년 한국소비자원은 10년 이상 된 김치냉장고의 화재발생률이 10년 미만의 김치냉장고보다 현격히 높다는 것을 보도한 바 있다. 발화원인의 대부분은 전기적 요인으로 장시간 사용 시 발생하는 문제점과 관련이 크다고 언급하였다. 에어컨에도 권장안전사용기간 표시제도가 시행되고 안전점검을 의무화한다면 화재 경각심을 증폭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한 화재 예방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폭염은 건물 유리창 파손 사고 리스크도 증가시킨다고 하였다. 유리창은 고온 열처리 과정을 겪게 되므로, 정상적인 제품은 폭염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제조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하거나 사용 시 유리창에 흠이 생기는 경우 폭염으로 인한 유리창 파손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리창 파손 사고를 경감하기 위해서는 품질 인증 제품 사용과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보호필름 부착, 그리고 열에 강한 실리콘 사용을 통하여 폭염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1) iNews (2018.07.25) The heatwave could be damaging your home – here’s what to look out for[그림 9] 가전제품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과 권장안전사용기간 라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