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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인한 자연발화 사례

글 조영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연구실장

1.머리말

올 여름 40℃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 사고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연발화란 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에 의해 자연 발열하여 그 열이 장기간 축적되어 발화온도에 이르러 물질 자신이 발생시킨 가연성가스나 접촉하고 있는 가연물 또는 물질 자신이 연소하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주변온도가 높으면 물질의 반응속도가 빨라지고 열의 발생은 증가되므로 예년과 달리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올 여름 자연발화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예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열이 물질의 내부에 축적되지 않으면 내부 온도가 상승하지 않으므로 자연발화는 일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열의 축적 여부는 발화와 깊은 관계가 있으며 열의 축적에 영향을 주는 인자는 열전도율, 퇴적상태, 공기의 유동 상태 및 열의 발생속도 등이 있다. 본 기고에서는 폭염의 영향으로 인해 올 여름 발생한 자연발화 사례 및 주의사항을 소개한다.

2. 자연발화 사례

가. 목공용 광택도료 자연발화

[그림 1]은 리모델링을 하고 있던 건물의 작업 폐기물을 담아 놓은 마대 포대에서 발생한 화재의 모습이다. 화재발생 약 7시간 전에 작업을 마친 상황이었고, 포대 안에는 목재의 페인트(오인스테인)칠에 사용한 걸레 및 톱밥 등을 넣어 두었으며, 오일스테인 용기 표면에는‘제품이 묻은 천, 휴지 등은 자연발화의 위험이 있으므로 쌓아두지 마시오’라는 주의사항이 적혀있으나 작업반장은 자연발화 위험성에 대하여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림 1] 목공용 광택도료가 스며든 걸레에서의 자연발화

 [그림 1] 목공용 광택도료가 스며든 걸레에서의 자연발화

[그림 1] 목공용 광택도료가 스며든 걸레에서의 자연발화

목공용 광택도료는 고급 가구제품이나 마루, 기둥 등의 목제품 마무리에 사용되는 도료로 자연의 나뭇결을 살리는데 적합하다. 건성유인 아마인유를 주성분으로 하고 산화촉진제로서 중금속의 지방산염이 첨가되어 있는 것도 있으며, 사용한 걸레를 퇴적하여 보관하면 산화 반응에 의한 반응열의 발생 및 발생한 반응열의 축적에 의해 발화될 위험이 매우 높다.

[그림 2]는 사고현장에서 발견된 A사의 광택도료인 오일스테인을 수건에 뭍인 후 일회용작업복에 포장하여 실내에 놓아 둔 상황이다. 약 4시간 20분이 지나면서부터 열변형 되고 연기가 발생하기 시작하였으며 약 5시간 40분 정도 지난 시점에 불꽃을 내면서 연소하는 유염연소가 시작되었다.

 [그림 2] 목공용 광택도료가 스며든 걸레의 자연발화 재현실험

 [그림 2] 목공용 광택도료가 스며든 걸레의 자연발화 재현실험

[그림 2] 목공용 광택도료가 스며든 걸레의 자연발화 재현실험

나. 라텍스 베개 자연발화

[그림 3]은 실내의 창가 의자 위에 놓아둔 라텍스 베개에서 자연발화한 모습이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던 가운데 집주인이 외출한 사이 유리 창문을 통해 직사광선에 노출된 라텍스 베개가 축열되어 자연발화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림 3] 의자 위에 놓아둔 라텍스 베개 자연발화

 [그림 3] 의자 위에 놓아둔 라텍스 베개 자연발화

[그림 3] 의자 위에 놓아둔 라텍스 베개 자연발화

라텍스는 고무 성분이기 때문에 열전도율이 좋지 않고, 수많은 에어셀에서 열을 흡수했을 경우 쉽게 열을 뺏기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열 축적이 용이하여 [그림 4]와 같이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전기장판과 같이 사용하였을 경우 화재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사례를 고려하면 여름철 폭염의 날씨에 라텍스 베개나 매트리스를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나 발코니 등의 실내에 놓아두거나 또는 폐기하기 위해 야외에 놓아둘 경우 축열에 의한 화재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며, 천연 라텍스를 자연발화성 물질로 분류하여 관리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

[그림 4] 전기장판과 함께 사용한 라텍스 매트리스 화재

[그림 4] 전기장판과 함께 사용한 라텍스 매트리스 화재

[그림 4] 전기장판과 함께 사용한 라텍스 매트리스 화재

다. 들깨 자연발화

식물유는 건조되는 성질에 따라 건성유, 반건성유, 불건성유로 분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별은 요오드價(유지 100g에 흡수될 수 있는 요오드의 g수)에 의한 것이며, 요오드價가 클수록 불포화결합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건조되기 쉽다. 요오드價가 크고 불포화결합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건성유에는 아마인유, 오동나무유, 들깨유 등이 있으며, 이러한 건성유는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해 산화되어 그 반응열이 축적되어 발화하게 되는데 섬유류나 금속분, 활성백토 등의 분체, 기타 다공성물질의 표면에 부착되면 공기와의 단위체적당 표면이 커져서 산화가 촉진된다. 또한 여열이 존재하거나 대량 퇴적의 조건하에서는 산화에 의해 생긴 열이 축적되기 쉬운 상태에 있으므로 더욱 산화가 촉진되어 발화에 좋은 조건을 불러온다. 들깨와 관련된 자연발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으나 올해는 유난히 들깨와 관련된 자연발화 화재가 많았던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5]는 야외의 간이창고 안에 적재되어 있던 깻묵에서 자연발화하는 모습이며, [그림 6]은 발화부에 남아있는 깻묵의 연소 잔해 모습이다. [그림 7]은 공장 안의 파레트 위에 적재되어 있던 들깨가루 더미에서 자연발화하는 모습이다. 두 사례 모두 포대에 담아 쌓아둔 형태로 보관하여 축열이 용이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형태의 들깨 관련 자연발화는 해동을 위해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들깨가루를 냉장고 밖에 꺼내 두었는데 3~4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자연발화하는 사례이다. 산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이 축열되지 못하도록 냉동으로 인해 덩어리진 뭉치를 깨서 펼쳐 놓아야 자연발화를 막을 수 있다.

[그림 5] 야외의 깻묵 적재 부위에서 자연발화

[그림 5] 야외의 깻묵 적재 부위에서 자연발화

[그림 5] 야외의 깻묵 적재 부위에서 자연발화

[그림 6] 깻묵의 연소형태화

[그림 6] 깻묵의 연소형태

[그림 6] 깻묵의 연소형태

[그림 7] 공장 내부 파레트 위에 적재해둔 들깨가루에서 자연발화

[그림 7] 공장 내부 파레트 위에 적재해둔 들깨가루에서 자연발화

[그림 7] 공장 내부 파레트 위에 적재해둔 들깨가루에서 자연발화

라. 석탄 자연발화

[그림 8]은 해안가 야적장에 쌓아둔 석탄 더미에서 자연발화하여 진화하는 모습이다. 석탄은 공기 중에서 장시간 방치하면 점차 광택을 잃고 표면이 산화하여 연소시의 발열량이 저하된다. 이는 석탄이 산화되었기 때문이며 덩어리진 모양의 괴상보다도 가루 형태의 분탄에서 현저하게 나타난다. 또한 산화되는 것은 석탄 중에 포함된 후민質로 저급탄일수록 함유량이 많으며, 석탄 중에 함유된 황화철이 우선 산화되어 그 산화열에 의해 석탄이 가루화되어 표면적을 크게 하거나 축열되거나 한다. 따라서 석탄의 자연발화는 채탄 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일어나기 쉽고 가루 형태의 분탄이 괴상보다 위험하며 다소의 수분이 석탄의 산화를 촉진시킨다.

[그림 8] 야적장에 쌓아둔 석탄 더미에서 자연발화

[그림 8] 야적장에 쌓아둔 석탄 더미에서 자연발화

[그림 8] 야적장에 쌓아둔 석탄 더미에서 자연발화

마. 퇴비 자연발화

발효란 효소 작용에 의해 유기물이 간단한 화합물로 변화하여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대사물을 축적하는 현상을 말한다. 통상 건초나 톱밥 등을 그대로 방치해도 자연발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야적된 상태로 퇴적하면 지중에서 박테리아가 이 톱밥 등을 분해하여 탄산가스, 알코올 등을 생성함과 동시에 발효열을 발생시키며, 톱밥이 퇴적 상태에 있으면 열이 축적되어 온도가 상승한다. 온도가 상승하면 박테리아 배양이 저해되고, 분리되어 나온 식물유 등의 산화 반응이 진행되어 더욱 발열하게 되며, 마침내는 발화에 이르게 된다. 발효열에 의해 발화하는 것으로는 대량으로 퇴적된 건초, 초목 및 퇴비 등을 들 수 있으며, [그림 9]의 두 건의 자연발화 사례에서와 같이 연소는 심하지 않지만 발연이 현저한 특징이 있다.

[그림 9] 퇴비 야적장 자연발화

[그림 9] 퇴비 야적장 자연발화

[그림 9] 퇴비 야적장 자연발화

3. 맺음말

본 기고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발화 사례 중 일부를 소개하였으며, 이 외에도 흡착열에 의한 자연발화, 물질의 분해열에 의한 자연발화, 중합 반응열에 의한 자연발화 등 다양한 자연발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자연발화는 축열에 의한 영향이 매우 크며, 올 여름과 같이 폭염 조건에서는 반응 속도가 빨라져 발생하는 열이 증가하게 되므로 자연발화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발화 위험성이 있는 물질은 보관상 어려움이 있더라도 쌓아 두거나 덩어리진 형태로 두지 말고 통풍이 잘 될 수 있도록 보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