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그림 채지형 작가
미국 동부에 자리한 필라델피아(Philadelphia)는 독립 선언서가 낭독된 역사적인 도시다. 식민 도시로 시작해 독립을 선언하고 헌법을 제정하기까지, 미국 역사의 중심에 필라델피아가 있었다. 워싱턴DC로 수도가 이전하기 전, 1790년부터 1800년까지 필라델피아는 미국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수도 역할을 했다. 필라델피아를 생각하면 미국의 역사가 먼저 떠오르지만 역사 외에도 필라델피아를 빛나게 만드는 주제가 여럿이다. 트렌디하고 예술적인 도시, 필라델피아를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필라델피아는 ‘세계 벽화 수도(Mural Capital of the World)’라고 불릴 정도로 벽화가 유명하다. 이곳의 벽화는 하나하나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벽이 그래피티로 넘쳐나던 시절, 필라델피아 시장은 낙서처럼 보이는 그래피티 대신 벽화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벽화 전문가인 제인 골든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주민들을 참여하게 하고 예술성 높은 벽화를 만들었다. 벽화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가 뭉쳤다. ‘치유의 벽’ 프로젝트는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예술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게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길을 마련했다. 제인 골든의 슬로건 ‘예술이 삶을 구원한다(Art Saves Lives)’가 실현된 작업이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벽화는 약 3,600여 점. 그중 ‘지식의 나무(The Tree of Knowledge)’라는 제목의 벽화에는 나뭇가지에 걸린 책과 악기 등 여러 물건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애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필라델피아 뮤즈(Philadelphia Muses)’는 지역 예술가와 작가, 음악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벽화로, 1999년 처음 그려졌으며 2013년 복원했다.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문 작품은 ‘파인딩 홈(Finding Home)’. 노숙자 수백 명이 참여해 만든 벽화로, 집이 갖는 의미와 환영의 감성을 담고 있다. 천과 케이블, 인쇄물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한 창의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벽화를 하나씩 둘러보면, 예술이 진정 삶을 구원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시나브로 스며든다.
필라델피아에는 미국 최초의 종합대학, 공공도서관, 증권거래소 등 ‘최초’ 타이틀을 가진 곳이 셀 수 없이 많다. 12번가와 아치 스트리트 사이에 자리한 레딩 터미널 마켓(Reading Terminal Market)도 그 중 하나다. 1893년 문을 열었다.
고풍스러운 시장 안에 들어서면, 오감이 활짝 열린다. 싱싱한 농산물과 생생한 해산물, 고기를 살 수 있는 가게와 함께 고소한 프레츨과 달달한 도너츠 등 필라델피아 맛집이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먹고 싶은 것과 사고 싶은 것이 넘쳐, 선택 장애가 일어난다.
처음 발걸음이 향한 곳은 파머스 마켓.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농부들의 공간으로, 인근 지역 농장에서 기른 농산물을 직접 가져다 공급한다.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 양파, 감자, 토마토 등 땅의 기운을 품고 있는 농산물이 반짝반짝 빛을 내는 이유다. 어선에서 막 배달된 해산물도 풍성하다. 연어와 황새치, 굴, 홍합 등 식탁을 맛있게 장식해줄 재료들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재료 중 하나는 치즈. 페퍼 잭, 하바네로 체다, 라벤더 구다, 폰탈 등 생소한 이름의 치즈가 냉장고를 꽉 채우고 있다. 치즈와 함께 군침 돌게 만든 재료는 레이스처럼 썰어놓은 햄이다.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눈길을 사로잡는 재료 중 하나는 치즈. 페퍼 잭, 하바네로 체다, 라벤더 구다, 폰탈 등 생소한 이름의 치즈가 냉장고를 꽉 채우고 있다. 치즈와 함께 군침 돌게 만든 재료는 레이스처럼 썰어놓은 햄이다.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시장 안 명소 중 하나는 바세츠 아이스크림(Bassetts Ice Cream) 가게. 진한 맛이 아이스크림 너댓 개를 농축한 느낌이다. 바세츠가 문을 연 것은 157년 전인 1861년. 아브라함 링컨이 대통령이었던 시절로, 우리나라에서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든 해다. 6대에 걸쳐 지금까지 한 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으며, 미국 전역에 450여 개의 체인점도 운영하고 있다.
더치 이팅 플레이스(Dutch Eating place)는 레딩 터미널 마켓에서도 독특한 곳이다. 아미쉬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미국에 얼마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지 보여준다. 아미쉬는 기술 문명을 거부하고 소박한 농경생활을 하는 종교 공동체. 더치 이팅 플레이스에서 일하는 스탭들도 18세기에 입었을 법한 소박한 옷을 입고 있다.
필라델피아를 이야기할 때 역사를 빠트릴 수 없다. 역사 여행은 ‘미국에서 가장 역사적인 1제곱마일’이라고 불리는 독립국립역사공원(Independence National Historical Park)에서 시작한다. 영국의 식민지 상태에 있던 13개 주의 각 대표들이 모여 1776년 7월4일 미국의 독립 선언을 선포한 독립기념관(Independence Hall), 민주주의의 상징인 자유의 종(Liberty Bell) 등 소중한 유적들이 모여 있다.
성조기를 만든 베시 로스 기념관(Betsy Ross House)과 미국 내 가장 오래된 시가지 엘프레스(Elfreth’s Alley) 골목, 워싱턴과 프랭클린이 예배를 드렸던 크라이스트 교회도 함께 돌아볼만한 역사의 현장이다.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 32채가 이어진 엘프레스 골목은 옛 분위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대부분 유적지는 걸을 만 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 천천히 산책하는 마음으로 다녀도 좋다. 단, 독립기념관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방문자 센터에서 예약이 필요하다. 자유의 종은 줄이 무척 길기 때문에 직접 보고 싶다면 시간 여유를 충분히 두고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