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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이용시설의 방재 취약성과 안전대책

글 유호정 화재보험협회 부산경남지역본부 과장, PE(미국 소방기술사), CPCU(미국 손해보험 언더라이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여러 편의시설이 모여있는 다중이용시설에 출입하게 되는데, 이러한 건물의 안전은 국민의 삶의 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이전에 겪었던 다중이용 건물의 화재들을 교훈 삼아 안전 관련 법규가 강화되고 시민의 안전의식도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도 이따금 다중이용 건물에서 여러 사람이 다치는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하 현장에서 발견되는 다중이용시설의 방재적 취약성을 살펴보고 그 대책에 대해 생각해 본다.

1. 다중이용시설 관련 법규

가.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많은 사람들이 출입하고 이용할 수 있는 건물은 공적으로 그 안전을 담보해야 할 필요가 상당하다. 이러한 건물에 대한 안전 증진을 위해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약칭 ‘다중이용업소법’)을 제정하였는데 여기에서 ‘다중이용업’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제2조(정의)

① 1. ‌“다중이용업”이란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영업 중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을 말한다.

이 법에서 지정하는 다중이용업은 음식점, 영화관, 학원, 목욕장, 노래연습장, 산후조리원, 고시원 등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장소이다(다중이용업소법 시행령 제2조에서 규정). 따라서 여기에 해당하는 업소는 소방설비, 안전관리, 보험 가입 등에서 좀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나. 건축법

건축법 시행령 제2조에서는 다중이용 건축물을 정의하고, 설계, 시공, 피난 등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행령 제41조에서는 소방자동차의 접근이 가능한 통로 설치에 대하여 규정한다.

건축법 시행령 제2조(정의)

17. "다중이용 건축물"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축물을 말한다.

가.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용도로 쓰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5천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

① 문화 및 집회시설(동물원 및 식물원은 제외한다)
② 종교시설 ③ 판매시설 ④ 운수시설 중 여객용 시설
⑤ 의료시설 중 종합병원
⑥ 숙박시설 중 관광숙박시설

나. 16층 이상인 건축물

17-2. “준다중이용 건축물”이란 다중이용 건축물 외의 건축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용도로 쓰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1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을 말한다.

가. 문화 및 집회시설(동물원 및 식물원은 제외한다)
나. 종교시설 다. 판매시설 라. 운수시설 중 여객용 시설
마. 의료시설 중 종합병원
바. 교육연구시설 사. 노유자시설 아. 운동시설
자. 숙박시설 중 관광숙박시설
차. 위락시설 카. 관광 휴게시설 타. 장례시설

제41조(대지 안의 피난 및 소화에 필요한 통로 설치)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중이용 건축물, 준다중이용 건축물 또는 층수가 11층 이상인 건축물이 건축되는 대지에는 그 안의 모든 다중이용 건축물, 준다중이용 건축물 또는 층수가 11층 이상인 건축물에 「소방기본법」 제21조에 따른 소방자동차(이하 “소방자동차”라 한다)의 접근이 가능한 통로를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모든 다중이용 건축물, 준다중이용 건축물 또는 층수가 11층 이상인 건축물이 소방자동차의 접근이 가능한 도로 또는 공지에 직접 접하여 건축되는 경우로서 소방자동차가 도로 또는 공지에서 직접 소방활동이 가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다. 건축물관리법

건축물관리법에는 특정 건물들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건물의 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행령 제8조에서 ‘다중이용업소법’에 해당하는 업소가 있는 건축물과 건축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다중이용 건축물에 대하여 정기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정기점검 항목 중 화재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건축법」 제49조(피난 시설, 용도 제한, 방화구획 등), 제50조(내화구조), 제50조의2(고층 건물의 피난 및 안전관리), 제51조(방화지구), 제52조(마감재료), 제52조의2(실내건축) 및 제53조(지하층)에 관한 사항으로 주로 피난, 방화에 대한 사항들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검사항목이다. 소방설비에 관한 점검은 다중이용업소법 13조(정기점검)에서 규정하여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소방시설법)에 따라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그림 1].

건축물관리법 제13조(정기점검의 실시)

① ‌다중이용 건축물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관리자는 건축물의 안전과 기능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기점검을 실시하여야 한다.

② ‌정기점검은 대지, 높이 및 형태, 구조 안전, 화재 안전, 건축설비, 에너지 및 친환경 관리, 범죄예방, 건축물관리계획의 수립 및 이행 여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항목에 대하여 실시한다.

건축물관리법 시행령 제8조(정기점검 대상 건축물 등)

① ‌법 제13조 제1항에서 “다중이용 건축물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이란 다음 각호의 건축물을 말한다. 다만, ~중략~

1.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다중이용업소가 있는 건축물로서 특별자치시ㆍ특별자치도·시·군·구(자치구를 말한다)의 조례(이하 “시·군·구 조례”라 한다)로 정하는 건축물
2.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건축물로서 연면적 3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
3. 「건축법 시행령」 제2조 제17호에 따른 다중이용 건축물
4. ‌「건축법 시행령」 제2조 제17호의2에 따른 준다중이용 건축물로서 같은 조 제18호에 따른 특수구조 건축물에 해당하는 건축물

③ ‌법 제13조제2항 본문에서 “대지, 높이 및 형태, 구조 안전, 화재 안전, 건축설비, 에너지 및 친환경 관리, 범죄예방, 건축물관리계획의 수립 및 이행 여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항목”이란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른 항목을 말한다. ~중략~

4. ‌화재 안전: 「건축법」 제49조, 제50조, 제50조의2, 제51조, 제52조, 제52조의2 및 제53조에 적합한지 여부

다중이용 건물의 분야별 점검 수행 근거와 항목
[그림 1] 다중이용 건물의 분야별 점검 수행 근거와 항목

2. 다중이용 건물의 방재 취약성

다중이용 건물의 안전을 위한 법규상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건물에 대한 소급이 어렵고, 현장 여건상 안전관리에 대한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하 필자가 현장에서 실제 안전점검 시 체감하는 방재적 취약성에 대하여, 관련된 화재사례와 함께 기술해본다.

가. 관리책임 주체

하나의 건물에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존재하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영업을 하게 되면 그에 대한 관리, 통제를 통한 안전관리가 쉽지 않다. 건물 내 공간의 소유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특히 그러한데, 상가 건물의 개별분양이나 경매 등으로 소유자가 수 명에서 수십 명에 이르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다중이용 건물에 협회의 안전점검으로 방문 시 상근 관리자가 없거나 잦은 변경으로 관리대상 건물에 대한 파악이 어려운 경우도 많으며, 건물에 별도의 보안요원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임 있는 건물의 안전관리는 요원하게 된다.

다중이용업소 관리 직원의 훈련, 준비 상태도 중요한데, 다중이용업소법상 기본적인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J스포츠센터 화재(2017년) 시에도 현장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피난유도가 미흡했던 것이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책임자가 아닌 일반 직원들에게 큰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무리이지만 비상시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대응 및 안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과 준비는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안전부에서 제작한 ‘다중이용시설 위기상황 매뉴얼 표준안’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권장하고 있다.

평상시 행동지침

• ‌신규 인원이 들어오면(아르바이트 등 임시직 직원 포함) 가까운 비상구 위치 확인, 대피 방법 및 위기상황 발견 시 조치사항 등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합니다.
• ‌층별·구역별 비상대피로를 잘 파악하여 위기 발생 시 침착하게 대응합니다.
• ‌임무가 부여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합니다.(대피 유도, 소화기 작동훈련 등)

나. 잦은 내부공사

경기 침체 또는 유행의 빠른 변화 등으로 다중이용 건물의 내부 업장은 계속 교체가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빈번하게 내부 구조 변경, 인테리어 공사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 위험성에 대하여 무뎌지게 될 수 있다.

다중 사망 화재사례에서 보면 건물 내부에서 화기 작업 등 건물 화재 발생 위험도가 일시적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소방설비를 정지시키고 이런 상황에 대한 공유, 고지(Notice)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피난이 늦게 되고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그림 2]. 동탄 메타폴리스(4명 사망), 고양 종합터미널(9명 사망) 사고는 그러한 전형적인 사고 유형을 가진다.

공사 등으로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소방설비 작동을 불능화시킨 경우 해당 내용을 적어도 건물 내 관리자, 영업 관계자에게 알리고, 화재 발생 시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 상식적인 조치이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그렇게 하는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경우 화재 안전 기본법(NFPA 1, Fire Code)에서 공사 등으로 소방설비의 작동 불능상태가 일정 시간 이상이면 관할 소방서에 통지하고, 해당 건물은 소개하거나, 전담 화재감시인(fire watch)을 배치하여 준비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이 미국에서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위험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 공지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실제 현장에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관리책임 주체들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공사 발주자는 적정한 금액과 기한을 정하여 공사 발주를 하고, 수주자는 안전규정을 지키면서 필수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공사를 진행한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공사 현장에서는 자본의 논리가 앞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전은 뒷순위가 되기 쉬운 구조이다.

다. 불특정 다수의 출입

다중이용 건물의 관리상태에 따라 보안요원이 건물에 아예 없거나, 있다 하여도 애초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출입자의 관리는 요원한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흡연 관리가 부실하게 되고, 방화(Arson)의 위험도 증가하며, 화재 사고 시 재실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어 피난 및 구조활동 시 건물 내부의 상황이 어떤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건물 내부 공사 시 피해 확대 과정
[그림 2] 건물 내부 공사 시 피해 확대 과정

라. 소유와 영업 주체 분리

투자 목적으로 상가건물의 여러 공간이 분양되고, 다시 임대되어 다중이용업소로 운영되는 경우에는 소유자와 점유자가 다르게 된다. 이러한 경우 소유자는 건물 내 안전이나 유지관리에 큰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으며, 이해당사자인 소유자와 점유자 간의 소통이 힘들게 된다. 따라서 관리 주체가 잘 운영되지 않고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아 건물 노후 시 안전 관련 설비들에 대한 유지관리가 어려울 수 있으며, 공유부에 대한 안전 개선 관련 문제에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건물 전체의 안전 수준이 낮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숙박 용도로 사용되는 고시원의 안전증진을 위하여 이미 영업 중인 고시원에 간이스프링클러 설비의 설치 지원사업을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경우에도 소유자와 임차인 간에 입장이 달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즉 임차인이 설치를 원한다 하더라도 소유자가 그러한 정부 지원을 받는 경우 받아들여야 하는 부조건 수용을 꺼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중이용업소로 화재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하는 경우 해당 업주가 가입 의무를 가지므로 대부분 보험 가입이 이루어지나, 건물 내 관리 주체가 없어 건물 내 공용부의 보험 가입 진행이 어렵거나 보험료 배분 등에 의견수렴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건물 내 공용부와 관련된 화재 사고 시 보험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도 있다.

마. 화기사용 구역 산재

다중이용업소 밀집 건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화기를 사용하게 된다. 음식점, 유흥주점, 단란주점, 고시원, 찜질방 등에는 조리시설이 있고, 가스렌지의 사용이 빈번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조리공간이 협소하고 환기 또한 여의치 않은 구조이기 쉽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가스누출 자동차단장치 설치, 자동확산소화기 설치, 주방화재 전용 소화기(K급) 비치 등 안전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LPG를 사용하게 되어 LPG 용기의 관리도 중요하게 된다. LPG 용기가 공간을 차지하므로 실내 또는 옥외의 협소한 장소에 방치하거나, 옥상에 노출된 상태로 있는 경우 등 안전관리에 취약한 경우가 있다. 2008년 경기도 Y시의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가스폭발이 건물 붕괴로 이어진 참사인데, 가스누출을 인지한 후 소방대가 조치를 하였으나 완벽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아 폭발 및 붕괴로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이다.1) LPG 가스가 공기보다 무거우므로 누출 후 환기 부족으로 건물 내 체류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노후된 건물 내에서 폭발이 내력벽체 등 주요 구조부를 손상시켜 붕괴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공항터미널이나 대도시 민자역사 등에는 아주 많은 음식점들이 입주하여 영업을 하는 상태이며, 이러한 건물의 특성상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배기시스템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에 대한 관리가 여의치 않아 화재 발생 시 연소 확대가 쉽고 화재진압이 까다로울 수 있다. 그것을 보여준 사례가 2007년 인천공항 패스트푸드점 화재 사고로, 조리기구 과열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확산되어 국제공항 운영이 수 시간 마비되었다. 또한 수익성 개선 등을 위해 신축, 리모델링하는 종합병원 내에 다양한 요식업체 등이 입점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영업장의 주방화재 발생 시에는 병원 내 재실자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파급력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에 발생한 서울 S 종합병원 화재로, 푸드코트 내 피자 화덕에서 발생한 불씨가 화덕과 연결된 환기구 내부로 유입돼 기름 찌꺼기 등에 불이 붙은 뒤 60미터 가량 떨어진 본관 3층 연결 통로 측 천장 등으로 전파되어 병원의 운영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즉 복잡한 배기시스템에 대한 세심하고 정기적인 관리 부족 시 그 여파가 전체 건물로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병원이 다중이용시설과 시스템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화재위험 공동체가 되어 버린 상황이다. 배기덕트 설비를 통한 전파는 방화댐퍼, 구획을 통해서도 완전히 막을 수 없기에 배기 후드 및 덕트 내 정기적 청소 및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참고로 피자는 영국 요식업계 안전관리 매뉴얼에서 배기후드 내 기름제거 청소를 가장 자주 하도록 권장하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바. 재해약자

다중이용시설에는 가족들이 함께 오거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노약자의 재실 비율이 일반적인 사무용 건물 등에 비해 높기 마련이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인 키즈카페, 놀이방, 실내 놀이터 등이 여러 가지 형태로 다중이용 건물에 같이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우 피난 시 취약한 재실자의 비율이 높아 유사시 인명사상 리스크가 증가하게 된다. 다중이용업소 법에 산후조리원을 지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인천광역시 계양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2018년에 발생한 화재는 이러한 전형적인 경우인데, 7층 상가건물 내 2층 고기집 배기덕트 부분에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3층에 산후조리원이 있었고, 4층에는 요양원, 5~7층에는 사우나가 있어 상층부의 재실자 100여 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즉 상가 건물의 저층부에 주로 위치한 상업시설(음식점, 주점 등)에서 발생한 화재가 상층부로 확산 시 상층부에 있는 재해약자 시설(산후조리원, 요양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2002년 진주에서 발생한 산후조리원 화재는 4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2층 식당 화재가 상층부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피난하지 못한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을 잃은 경우이다.

다중이용업소 건물을 출입하여 업장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신체적 상태가 피난이 용이하지 않은 상태일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이다. 건물이 야간에 재실자가 증가하고 찜질방, 고시원 등의 장소는 취침공간으로 사용되며, 일반음식점과 주점 이용자는 주취 상태인 경우이다. 몇 번의 고시원 화재는 이러한 상황의 취약성을 보여주었고, 2008년 일본 오사카의 비디오방 화재 사고(15명 사망)는 실제 저렴한 숙소로 이용되던 업장의 사고로, 대부분의 사망자가 수면 중 질식사했다.

사. 화재의 확산

건축물의 화재 시 연기 및 열의 확산방지는 피해 감소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인데, 이를 위한 건축적 기준이 방화구획이다. 건축물의 방화구획이 제대로 유지된다면 화재가 발화실(공간)이나 발화층에만 머물게 되어 인명피해를 현저히 줄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다중이용업소가 많이 위치한 건물은 영업시간에 사람들의 이동이 잦으므로 계단 등의 방화문 폐쇄상태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며, 내부 업장의 잦은 변경 등으로 인하여 방화구획의 무결성(Integrity)이 계속 유지되기 힘든 여건이다. 영업장 간 구획이 경량벽체인 경우가 많아 훼손이 어렵지 않고, 잦은 변경으로 부실하게 구획이 되는 확률이 크다. 이렇게 방화구획이 유지되지 않는 조건에서 화재 발생 시 연기와 열의 전파는 제한이 없게 되고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2006년 N 고시원 화재(8명 사망)에서도 지하에 위치한 노래방의 화재가 3~4층에 위치한 고시원으로 순식간에 전파된 경우이며, 2015년 경기도 T 프라자의 경우도 2층 주점에서의 화재가 상층부로 확대되어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이다.

다중이용업소법에서는 수평, 수직 방화구획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기존 건축법의 방화구획 규정보다 강화된 실간 구획 규정을 하고 있다. 즉 업장의 실간 구획 시 불연재를 사용하고, 연기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하여 전선 등의 관통으로 발생하는 틈새는 반드시 내화충전성능 인정구조로 밀폐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그림 3].

그런데 이러한 사항을 실제 시공 현장에서 파악, 검증하고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처음 시공 시 구획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건축물관리법 등에서 이러한 사항들을 정기적으로 검사하도록 한 것은 의미 있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영업장 내부 구획 관련 규정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2조(정의) ‌① 6. “영업장의 내부구획” 이란 다중이용업소의 영업장 내부를 이용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벽 또는 칸막이 등을 사용하여 구획된 실(室)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제10조의2(영업장의 내부구획) ① 다중이용업소의 영업장 내부를 구획하고자 할 때에는 불연재료로 구획하여야 한다. 이 경우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다중이용업소의 영업장은 천장(반자속)까지 구획하여야 한다.

1. 단란주점 및 유흥주점 영업 2. 노래연습장업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제11조의3(영업장의 내부구획 기준) 법 제10조의2 제1항에 따라 다중이용업소의 영업장 내부를 구획함에 있어 배관 및 전선관 등이 영업장 또는 천장(반자 속)의 내부구획된 부분을 관통하여 틈이 생긴 때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재료를 사용하여 그 틈을 메워야 한다.

1. ‌「산업표준화법」에 따른 한국산업표준에서 내화충전성능을 인정한 구조로 된 것

2.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내화충전성능을 인정한 구조로 된 것

다중이용시설 내부 구획규정
[그림 3] 다중이용시설 내부 구획규정

3. 금융적 대책

다중이용업소가 있는 건물에 대하여 여러 방식으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 가입에 관한 법률(약칭 ‘화재보험법’)에서는 건물의 소유자에게 ‘신체손해배상/화재대물배상 특약부 화재보험’의 가입 의무를 지우고 있으며, 다중이용업소법에서는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다중이용업주에게 지우고 있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에 1층 음식점, 지하상가 등의 다중이용시설 점유자에 대하여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그림 4].2)

화재보험법상 가입 의무 대상인 다중이용시설과 다중이용업소법상 가입 대상은 유사하나[그림 5] 그 가입 범위와 보험상품의 성격이 다르다. 다만 화재보험 법상 특수건물 내의 다중이용업소는 개별적으로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는 지지 않게 된다.3)

또한 재난안전법상 가입대상은 다중이용시설 외에 공공적 성격이 크며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등의 시설로 확장하고, 화재 외 여러 가지 재해, 사고에 대한 배상책임을 담보하도록 하고 있다. 화재보험 법상 의무가입 대상인 경우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에 보험 가입을 하게 되어 있어 화재(폭발) 시 가장 확실한 담보가 된다. 그에 비해 다중이용업소법은 각 업장별로 가입이 되므로 같은 건물 내 가입이 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게 될 수 있다.

다중이용시설 관련 의무가입 근거
[그림 4] 다중이용시설 관련 의무가입 근거

화재보험법과 다중이용업소법상 가입 의무 대상
[그림 5] 화재보험법과 다중이용업소법상 가입 의무 대상

4.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다중이용시설(건물)의 안전을 위한 법 규정과 방재적 취약성 그리고 금융적 대책(보험)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다중이용 건물의 안전을 위하여 정부는 지속적으로 법규를 강화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어 그 노력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공동체로서 모든 관계자인 소유자, 다중이용업소 운영자, 안전관리자, 행정관서가 법규와 원칙 그리고 상식을 지키며 지속적으로 힘써 나간다면 국민들이 그 효과를 더 빨리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1)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확정판결로 행정기관의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결론이 나, 피해자들은 지방자치단체등으로부터 배상을 받게 되었다.
2) 재난안전법 시행령 별표 3: 가입대상 시설
1. 숙박시설 2. 과학관 3. 물류창고 4. 박물관 5. 미술관 6. 1층 음식점 7. 장례식장 8. 경륜장 9. 경정장 10. 장외매장 11. 국제회의시설 12. 지하상가 13. 도서관 14. 주유소 15. 여객자동차터미널 16. 전시시설 17. 15층 이하의 공동주택 18. 경마장 19. 장외발매소
3) 다중이용업소법 제4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②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 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수건물의 다중이용업주에 대하여는 제13조의 2부터 제13조의 6까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