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민석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위, 공학박사
다중이용시설은 이용목적에 따라 역, 터미널, 공연장, 백화점 등과 같이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시설과 요양병원, 고시원, 병원 입원실, 산후조리원, 숙박시설 등과 같이 입원, 거주 등의 목적으로 일정 기간 상주하는 시설로 구분할 수 있다.
다중이용시설을 화재에 의한 인명피해 위험성 측면에서 보면 일시적 이용시설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단독 대피가 어려운 병원이나 요양병원 등 상주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인명 피해 발생 위험성이 크다. 2014년 발생한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환자 등 22명이 사망하였고,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는 무려 45명이 사망하였다. 또한, 노후 고시원 등 다수가 거주하는 시설은 대피로가 좁은 벌집 구조로 되어 있어 화재 발생 시에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2008년 용인 고시원 화재, 2018년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와 같이 화재 규모가 크지 않았음에도 7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른 현장 점검 강화 및 첨단화된 방재 시스템 구축 등의 노력으로 다중이용시설 화재 발생 및 인명피해는 감소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보완되어야 할 위험 요소가 상존한다. 본고에서는 다중이용시설화재 사례를 통해 문제점과 대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화재 탐지 장치나 소화설비는 대부분 천장에 설치되어 있어, 화재가 천장 내부로 확대 시에는 개방된 구조의 천장 전체로 확산되는 화염이나 연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가. 노인 요양원 화재 사례
(1) 화재 발생 개요
2008년 02월 15일 경기도 소재 노인 요양병원 병실 천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4개 병실 천장 내부가 소훼되었다. 다행히 화재 당시 입원 환자가 많지 않아 병원 관계자가 환자들을 신속하게 대피 시켜 단순 연기 흡입 외에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 화재 원인 및 연소 확대 경로
1호 병실 천장에 설치된 환풍기에서 모터 권선의 절연 손상으로 인한 층간 단락으로 발화되어 천장 단열재에 착화되어 개방된 천장 내부를 통해 다른 병실 천장으로 확대되었다. 화재가 발생한 1호실은 소훼된 환풍기 외에 다른 연소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병실이 있는 층의 천장 내부는 전체적으로 심하게 소훼되었다.
나. 대형 상가 화재
(1) 화재 발생 개요
2008년 4월 12일 경기도 수원시 소재 대형 쇼핑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지하 1층 목욕탕에서 계단을 통해 대피하던 2명이 사망하고, 1층에 입점해 있는 상점 35개가 소훼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2) 화재 원인 및 연소 확대 경로
화재 현장은 지상 1층, 지하 3층 건물로 지하는 1층에 대중목욕탕이고 2, 3층은 주차장이며 지상층은 35개의 상점이 구획되어있는 구조로 1층 중국음식점 주방에서 볶음 요리 중 과열된 식용유에서 발화, 높게 치솟은 화염이 배기 덕트를 통해 천장 내부까지 도달하였다. 조리사가 배기 덕트 배출구에서 화염을 발견하고 소화기로 자체 진화하였다. 천장 내부로 확산된 연기와 화염이 다른 상점 실내로 분출되기 전까지 상가에 화재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조리사는 자체 소화 활동으로 완전진화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진화 후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1층 여러 상점에서 연기와 화염이 천장에서 분출되는 것을 목격하고 신고. 35개의 상점 중 천장까지 구획한 은행은 연소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천장 내부가 모두 개방된 34개의 상점은 천장뿐 아니라 실내도 심하게 소훼되었다. 사망자들은 화재 피해가 없는 지하 1층 대중목욕탕 이용자들로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대피하다 연기에 질식되어 계단에서 사망하였다.
다. 고시원 화재 사례
(1) 화재 발생 개요
2010년 1월 8일 경기도 안양시 소재 지상 5층 상가건물 3층에 있는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방 10개가 전소되고 약 330㎡ 규모의 실내 일부가 소훼되었다. 다행히 거주자 20명이 화재 경보를 듣고 대피하여 단순 연기 흡입 외에 부상자나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2) 화재 원인 및 연소 확대 경로
화재는 거주자가 외출한 상태인 4호실에서 발화되었으며 선풍기형 전기히터가 발견된 침대 좌측 부분에서부터 확산된 연소형태로 화재 원인은 켜져 있는 전기히터 복사열에 의하여 침대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내는 난연 2급 석고 보드로 마감되어 있으나, 천장 내부는 구획되지 않고 개방되어 있어 단열재 등이 연소되면서 내부 전체로 확대되었다.
천장에 설치된 환풍기나 방송용 스피커 외함은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있어 천장으로 확산된 화염에 의하여 연화되거나 연소되어 바닥으로 낙하되어 매트리스 등 가연물을 탄화시키거나 연소시킬 수 있다. 이는 발화부 이외에 장소에 방화의 지표가 되는 독립적인 연소형태를 만들어 자칫 방화로 오인할 수 있어 조사 시 유의하여야 한다.
(1) 다중이용시설 중 노인요양시설이나 산후조리원, 병원, 고시원과 같이 사람이 상주하는 시설은 대부분 복도를 따라 여러 개의 실로 구획되어 있다. 구획실 화재에서 열원 위에 형성되는 플룸(Plume)의 상승이 천장에 의하여 제한되면 고온의 가스는 수평으로 확대되어 천장 면에 고온의 가스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 천장에 설치되어 플라스틱 재질의 환풍구나 방송시설이 연화되거나 낙하 되고, 그 틈으로 고온의 연소 가스나 화염이 천장 내부로 유입되어 천장 내부의 가연물을 연소시킨다. 천장 내부의 연소는 실내의 화재 양상과는 별개로 확대된다.
(2) 건축법상 방화구획의 목적은 계단, 설비 샤프트, 엘리베이터 등 개구부를 통한 연소 가스와 화염의 수직 상승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특수시설 외에 천장 내부로의 수평 확산에 대한 대비는 미흡하다.
(3) 화재 감지기 등 탐지 장치와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는 천장 아래에 설치되어 있어 천장 내부의 연소 확대를 제어하지 못한다. 천장 내부로의 연소 확대로 발화부 이외의 다른 구획된 공간에 연기가 유입될 수 있고, 화염에 노출된 가연물의 용융물이 낙화되어 2차 발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화재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노약자나 환자가 상주하는 시설이나 고시원 등 다수가 거주하는 시설은 수직 확산뿐 아니라 천장 내부로의 수평 확산 차단을 위해 난연성 또는 불연성 마감재로 구획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전기 트레이 등 벽체를 관통하는 부분도 내화 충진재로 밀폐 시켜 연기나 화염이 관통부를 통해 확산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화재의 위험성은 그 피해 규모를 예측할 수 없으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례와 같이 발화구역 이외의 구획실 거주자는 천장으로 연소가 확대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대피가 지연될 수 있다. 특히 단독 대피가 어려운 고령자가 많은 노인요양시설이나 제한된 면적에 여러 개의 실이 벌집 구조로 되어있는 고시원 등은 대피 지연으로 인한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다중이용시설 설계 및 점검 시 천장 내부로의 연소 확대 가능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