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운형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국내 물류창고의 적재방식 중에서 물품수용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입체적으로 선반 위에 물품을 수직으로 적재하는 랙크식 창고는 화재확산 속도와 화재강도가 가장 높은 적재방식으로 볼 수 있다. 물류창고의 화재위험성은 수용물품의 화재강도에 비례하며 여기에는 저장방식, 저장높이, 천정고, 공간구성 등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보관물품은 단위물품과 포장재 그리고 팔레트(pallet)로 구성되며 예상 화재강도는 물품의 연소열과 열 방출비율 그리고 화염확산속도 등으로 결정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기반으로 저장 물품을 세분하여 각각의 등급에 적합한 스프링클러 설계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행 국내기준은 단일화된 소화강도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랙크식 창고 등의 화재강도와 공간특성을 고려할 때 자동식 스프링클러 설비는 재산 보호를 위한 가장 신뢰성 있는 화재제어 또는 진압대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6월 17일에 발생한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복층 형태로 수용된 다량의 물품으로 인하여 건물이 전소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물품 방호수준을 확보하는 스프링클러설계기준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글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의 등급분류 체계 분석을 통하여 국내 랙크식 창고의 스프링클러 설계적용을 위한 등급분류(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국의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NFPA), 국제화재코드 (International Fire Code, IFC) 및 FM 보험 규정 (Factory mutual data sheet, FMDS), 영국표준협회(British Standards Institution, BSI) 그리고 일본의 등급분류체계를 비교고찰하였다. 미국의 NFPA와 IFC에서는 상호 유사한 분류기준을 사용하며 등급 Ⅰ~ Ⅳ와 플라스틱을 포함하여 각각 7개와 5개의 분류그룹을 제시한다. 미국FM은 6개의 그룹으로, 유럽 EN 기준이 되는 영국에서는 4개의 재료요소를, 일본은 4개 등급을 적용한다.
각국의 등급분류기준은 수용물품의 열에너지, 화염확산속도 및 발화 용이성 등에 근거한다.
가. 미국
NFPA는 불연성, 천연재료. 플라스틱 ABC 및 합성 재료로 구분하며 FM은 가장 위험성이 높은 플라스틱재료를 팽창성(Expanded plastic, EP)과 비팽창성(Unexpanded plastic, UP)으로 분류한다. NFPA에서는 방호요건 상 팽창성과 비 팽창성을 구별한다. 두 기관의 분류체계는 동일한 시험 데이터에 기초하므로 내용상 유사하며 각각 구체적인 물품을 열거한 등급분류표를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유럽 및 일본의 물품분류체계 기준이 되는 미국의 FMDS 8-1 에서는 수용물품과 포장재 및 팔레트 각각에 대하여 내용물의 플라스틱 비율, 포장재의 중량비 및 용적비 그리고 팔레트는 목재와 플라스틱으로 구분한 이후 6개의 그룹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나. 유럽
미국의 FM기준을 기초로 하는 현행 유럽표준 규격EN 12845에서는 화재하중에 기초한 상급 2가지, 중급 및 경급의 4등급체계를 적용한다. 제품과 포장재로 구성되는 물품의 화재위험성은 연소열(kJ/kg)과 연소비율(kg/sec)에 기반하며 연소열은 재료 또는 재료구성에 따라 결정되지만 연소비율은 재료와 재료계수로 결정된다. 다만 재료 계수를 구분하기 위한 특정 값은 없으며 재료계수 1에서 불연성/제한 가연성 물질로 시작하여 재료계수 4에서 팽창성 플라스틱이나 이와 준하는 열에너지 재료로 구분하며 각각의 예를 제공한다.
다. 일본
1995년 동양제관화재 등 일련의 대형화재를 계기로 미국의 NFC231C 규정을 참고하여 1998년 물류창고 가이드라인을 권장사항으로 마련하고 1999년 4월 이후 설치되는 물류창고에 적용하고 있다. 지정 가연물과 지정가연물 외의 것으로 구분하던 것을 화재하중과 연소성상 등을 결정하는 수용물품의 발열량과 수납용기의 재질, 포장재의 특성을 포함하여 규정 수량 및 창고의 보관물품수량을 근거로 등급Ⅰ부터 등급Ⅳ까지 4그룹으로 분류하여 스프링클러 헤드 배치, 수평 차폐판 설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예로서 1그룹은 높은 연소열을 가진 플라스틱과 재료(약 34,000kJ/kg)이고, 2그룹은 낮은 연소열을 가진 섬유, 석탄, 목재 및 유사한연소장치를 포함하며 3그룹은 위의 두 그룹에 포함되지 않은 재료들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 기준에 비하여 위험도가 가장 높은 플라스틱 재료의 세분화 및 저장방식에 따른 위험도 반영이 미흡하다고 판단된다.
가. 등급분류(안)
저장물품은 불연성, 가연성, 플라스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물품의 발화특성, 화염확산 정도, 열방출 비율, 연소 생성물, 화재성장에 영향을 주는 포장재의 재질 그리고 저장방식 등을 반영하여 등급분류를 세분화할 수 있다.
스프링클러설계 시 소화강도는 이들의 최대 열방출률을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 적재조건을 반영한 다양한 물품의 3차원 연소비율(kg/s) 자료와 포장재 용기 등을 포함하는 복합재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활용수준은 매우 제한되어 있어 물품별 연소열에 따른 상대적인 화재강도 분류방식의 적용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미국 NFPA와 FM의 경우, 등급분류를 위하여 연소열, 연소비율 또는 열방출률 값을 특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FM의 등급분류에 따르면 물품의 화재위험성은 열방출률(Btu/min 또는 kW), 즉, 연소열(Btu/lb 또는 kJ/kg)과 연소비율(lb/min 또는 kg/s)을 곱한 값에 따른 산물로서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등급분류 근거로서 연소특성과 실험결과를 통하여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의 연소열은 27,910 ~ 46,520kJ/kg인 반면 일반 연소열은 13,960 ~18,600kJ/kg 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운형 등(2019)은 국내 적층형 창고 현장조사를 통하여 물품의 종류와 적재방식 등 등급분류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NFPA 및 FM 분류체계를 기초로 유럽과 일본의 등급구성과 부합하는 국내기준(안)을 제시하고 등급별 연소실험을 통하여 분류기준의 적정성을 확인하였다. [<표 1> 참조]
등급분류체계의 국내 적용을 위한 선결 조건은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선진국의 등급 분류체계와 혼선되거나 상충하는 부분이 없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각 등급별 정의가 명확할 필요가 있다. 예로서 <표 2>의 경급의 경우, 다양한 물품에 대한 NFPA, FMDS 및 유럽 EN의 등급 결과와 연소열의 범위를 나타내며 이들 국제 분류기준 간의 상호 유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등급분류는 NFPA 13의 Table A.5.6.3, FMDS의 8-1 Table 2, EN12845:2015의 Annex B, C 그리고 연소열은 NFPA 핸드북 Table 6.17.1을 참조하였으며 빈칸은 복합재료 또는 자료가 없는 경우를 나타낸다.
현실적으로 각 등급별 기준값을 결정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으나 인용이 가능한 대부분의 값은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화재실험결과에 기초한 것이며 특정 시험의 데이터 값은 제한된 수의 재료와 구성에 대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국제적 기준체계와의 호환성, 국내 제도적 적용의 여건 등을 고려할 때 4등급 분류체계는 대부분의 물품을 적절하게 포함할 수 있는 대안으로 판단된다. 다만, 물품의 연소특성상 차별화된 방호대책이 필요한 특수물품 (예로서 가연성 인화성액체, 롤 페이퍼 에어로졸 폭발물 자연발화성 물질 고무타이어 등)은 각각에 대하여 국제적 공인 요구조건에 부합하는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
나. 스프링클러설계 적용
현행 일본의 스프링클러 설치기준은 소방법 시행규칙 제13조의 5에 의하여 물품의 저장량과 수납용기 및 포장재 재질에 따라 4개의 등급으로 구분한 후 차폐판 설치유무에 따라서 헤드 수직거리와 수량 그리고 동시헤드 개구수를 지정하고 있다.
미국 NFPA13에서는 저장높이를, FMDS에서는 천정높이를 기준으로 각각의 소화강도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 FDMS 8-9장에서는 표준형 헤드 ESFR 헤드, 수평차단막을 사용한 인랙 헤드기준을 제시한다. 적용대상으로는 등급 1,2,3은 저장높이 3m 초과, 등급 4 또는 플라스틱 물품은 1.5m 초과, 창고로서 통로 폭2.4m, 20㎡ 초과에 해당한다.
진압모드(이전 ESFR), CMSA(이전 라지드롭), CMDA(이전 표준형)로 구분하였던 다양한 명칭은 창고 스프링클러(Storage sprinkler)로 변경되었으며 K115 표준형 스프링클러는 랙 천정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ESFR 천정 스프링클러 적용 시에는 K값 (오리피스 구경), 설치 방향(하향식/상향식), RT1(속동형/표준형) 작동온도 그리고 헤드간격(표준형/ 확장형)을 반영한다. 천정높이는 12m 이하로 제한되며 그 이상 높이는 인랙헤드가 필요하다. 인랙 스프링클러는 다단 선반을 사용하며 저장높이에 제한 없이 각 단마다 인랙헤드 설치 (IRASE) 또는 매 2단마다 헤드설치 (IRAS EO) 2가지 경우로 구분한다. 최상단 인랙헤드 위로 최대 저장높이는 3m로 제한된다.
NFPA13에서는 등급 1 내지 등급 4는 7.6m 초과, CMDA 경우는 인랙헤드 적용이 가능하며 플라스틱물품 저장의 CMDA는 7.6m 초과의 경우 대부분 인랙헤드가 필요하다. CMSA는 저장높이 11m 이하에 적용한다. (NFPA13 핸드북 표 17.3.2.1 참고) 기타 및 저 적재 저장방식은 3.7m 이하에 적용한다. (NFPA13 핸드북 13.1.1장 참고) 포장 비팽창 팽창 플라스틱제품으로 1.5m 이하인 경우는 (NFPA13 핸드북 표 13.2.1)을 적용한다. ESFR 저장높이는 12m로 제한하며 초과 시 인랙헤드를 요구한다.
미국의 규정은 천정헤드만 설치한 경우와 천정헤드와 인랙헤드를 동시에 설치한 경우로 구분되며 인랙의 설치기준 (설치위치, 설치간격 등)과 수평차단막 기준(재질, 설치기준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상세한 설계기준이 종종 현장적용을 어렵게 하며, 설계기준을 단순화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특히 국내 임대창고의 경우는 저장물품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예상되는 최고등급을 방호설계기준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표3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등급별 최고수준의 스프링클러설계조건이며 현행 국내기준과 비교할 때 소화강도확보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류창고의 방화대책은 화재예방 또는 발화 이후 스프링클러 소화 또는 진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화재예방의 한계와 가연물량을 고려할 때 스프링클러가 화재 극 초기에 작동하여 화세를 제어 또는 진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물류시설이 도입되고 지하물류시설 등 공간의 다변화, 자동화 시설증대에 따른 방화구획의 한계 등 4차 산업시대 물류산업특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저장물품에 따른 위험도 등급, 저장방식과 최대 저장높이, 헤드의 종류 등을 고려한 스프링클러설계기준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