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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 화재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글 주영훈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 수석연구원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 및 온라인 쇼핑의 확대에 따라 물류창고의 수요가 증가하였다. 최근의 물류창고는 스마트 물류, 풀필먼트(Fullfillment) 센터의 도입으로 인한 복합화, 자동화 및 효율성 향상을 위해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창고 대형화로 인해 연면적이 100,000㎡에 이르고 높이가 50m에 이르는 초대형 창고건물이 건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창고의 대형화는 물류효율화 및 물류산업의 기술적 발전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집적되는 자산규모 및 리스크의 크기에 비해 안전관리 수준이 따르지 못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창고 리스크의 증가는 올해 이천의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사례에서 보듯이 하나의 화재사고로 인해 발생가능한 손실(Maximum Foreseeable Loss)의 규모를 크게 증가시키고 있어 보험사의 창고물건 인수를 주저하게 만들고 화재보험료를 급격히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1. 물류창고의 화재 특성

가. 화재발생 요인

창고 화재리스크의 본질은 가연물의 연속된 집합체로서 발화요인 측면에서 보면 발화요인이 되는 점화원의 종류가 비교적 단순하고 다른 산업 시설에 비해서는 위험공정이나 위험물, 가스의 취급이 없으므로 발화위험요인은 적다고 할 수 있다. 창고의 화재사고원인은 전기적 원인이나 용접불티, 담뱃불, 전열기 취급 부주의, 쓰레기 소각중 불티 비산 등의 부주의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냉동·냉장 창고의 경우 우레탄 마감 공사중 취약상황에서의 용접 부주의로 인한 화재발생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실제로 현장 화재 안전점검을 실시하면 창고의 잠재 점화원은 전등이나 환풍장치의 전기 배선, 지게차 충전장치, 휴게실 등의 냉난방시설, 흡연 관리미흡 등으로 비교적 정형화된다.

물류창고 화재발생 원인(2016년∼2020년)

나. 건축 및 공간적 측면

천장이나 벽체에 우레탄폼 등의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이 사용된 경우 화재진압이 곤란하여 많은 인명피해와 창고가 전소된 사례가 많다.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위험성은 꾸준히 지적되어 온 것으로 준불연재 이상의 것을 사용하도록 강화된 법안이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어 향후 신축되는 창고의 리스크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창고는 방화구획 설정이 완화된 경우가 다수 있고, 수직 반송구 등의 층간 방화구획이 미흡한 곳을 통한 화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 소방시설 측면

랙창고의 경우는 층고가 높아 천장의 화재감지기나 스프링클러 헤드의 작동이 지연되고 적재높이 증가에 따라 화재하중이 높아져 스프링클러의 소화성능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국내 창고의 스프링클러설비는 NFPA나 FM등 해외기준과 비교할 때 살수 밀도와 방수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관리 부실이나 잦은 오작동 등으로 소화설비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된 경우 정상적 작동을 보장할 수 없다.

올해 6월에 발생한 이천의 C물류창고 화재의 경우 천문학적인 재산피해뿐만 아니라 귀중한 인명피해도 초래하였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창고임에도 불구하고 전소되는 결과가 발생하였는데 조사결과 화재당시 관리자가 소방시설 작동을 정지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창고내 겹겹이 쌓인 적재물로 화재가 빠르게 옮겨붙는 상황에서 작동해야 할 소방설비가 제때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의 설치도 중요하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 되어야 의미가 있다. 물류창고에서 발생하는 대형화재사고의 상당수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의 성능부족이나 지연작동 등으로 인해 초기진화에 실패한 경우이다.

2. 물류창고의 주요 화재위험요소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가 전국 82개 창고를 대상으로 화재안전점검을 실시하여 도출한 화재위험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발화 및 연소확대 관련 위험요소

화재발생 위험요인 및 확대 관련 문제점 들을 살펴보면 가연성 패널, 우레탄폼 노출 등 가연성 건축자재 및 가연물의 취급 관련된 것이 18%, 전기 배선, 콘센트, 누전차단기 등과 관련된 것이 16%, 방화셔터 불량, 방화구획의 케이블 관통부 미마감 등 방화구획 관련 된 것인 13%로 전체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물류창고에 전형적인 발화위험요소인 지게차 충전소, 조명설비, 전열기, 흡연관련 부주의 등이다. 특히 지게차충전소, 전열기 관리, 전기배선 설치불량 등은 대부분의 창고에서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파악되고 있다. 창고의 화재 위험요소는 비교적 정형화 되어있고 다른 산업 시설에 비해서 단순한 점을 고려할 때 창고에 최적화된 화재예방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점검을 통해 효과적인 화재예방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소방시설 관련 문제점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는 소방시설의 신속한 작동에 의한 초기 진압이 중요한데 소방시설과 관련된 주요 문제점으로는 헤드 누락이나 소규모 구획실에 감지기가 누락되는 등의 설비 미설치가 29%, 고장이나 파손 등으로 정상 작동이 어려운 경우가 20%, 소화전 앞 장애물이나, 살수장애 등의 설치 상태가 불량한 경우가 22% 그리고 점검 및 관리 상태의 개선이 필요한 경우가 29%였다. 소방시설 관련 문제점은 지속적인 점검과 투자를 통해 정상작동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해 나가야 한다.

3. 국내 창고 소방시설의 성능 및 신뢰성

창고에서 화재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도 화재 진압에 실패한 사례가 많이 발생하였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창고에 설치되는 스프링클러의 성능 부족과 화재시 스프링클러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 스프링클러의 작동 신뢰성 부족

여기에 더하여 소방시설의 유지 및 관리 기준의 개선도 필요하다. 잦은 오작동으로 인해 설비의 자동기동을 정지시켜 놓거나 스프링클러 등의 자동소화설비가 지연 작동되어 초기진화에 실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의 소방시설의 작동 신뢰성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유사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시설임을 감안할 때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대수준에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최근의 한 통계자료를 보면 전국의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대상물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38%만이 정상작동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재시 스프링클러의 작동현황

스프링클러를 비롯해 소화전, 소화기구 등을 포함한 전체 소화설비의 작동 신뢰성도 크게 나은 상황은 아닌데, 전체 화재건 38,600여건중 소화설비가 설치된 곳에서 발생한 화재 2,006건중 711건인 35% 정도에서 소화설비가 효과적 작동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화재시 소화설비의 작동 신뢰성이 절반이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화재시 소화설비 작동현황

한편 미국 NFPA의 리포트에 따르면 2010년 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중 88%에서 스프링클러가 효과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머지 8%만이 작동에 실패했고, 단지 4%만이 작동했으나 효과적이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 창고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의 종류는 구조가 간단하고 신뢰성이 높은 습식이 77%에 달했다. 국내 많은 창고에서 동파 등을 이유로 준비작동식을 설치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화재시 스프링클러의 작동현황

4. 소방시설의 작동 신뢰성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가. 소방시설에 대한 평시 점검관리 기준 강화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NFPA)에서는 주요 소방설비별로 점검항목 및 주기를 다양한 기간으로 구분하여 매주, 매월, 분기에서 매년 등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령 스프링클러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점검(Inspection)해야 하는 항목, 작동시험(Test)을 해야 하는 항목, 교환 등 유지관리(Maintenance) 해야 하는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대상 및 항목에 대한 점검 주기가 정해져 있고 점검 방법에 대한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있다. 점검 항목의 중요도에 따라 매주, 매월, 분기별, 반기별 또는 매년마다로 점검 주기를 다르게 권장한다.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한 항목인 소방펌프의 경우 정상기동 여부를 확인하는 작동테스트(Run test)의 경우 엔진펌프는 매주마다, 모터펌프는 매월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유수검지장치 알람 테스트는 분기마다, 밸브 감시(탬퍼신호) 점검 등은 분기별로 하도록 되어 있다. 점검 항목의 성격이나 중요성에 관계없이, 1년에 2차례 자체점검표에 의해 모든 점검이 이루어지는 국내 규정하고는 차이가 있다.

NFPA 25 소방시설의 점검 및 시험주기

국내 소방시설은 자체점검제도에 의해1년에 2차례 작동기능점검과 종합정밀점검을 수행하도록 되어있다. 법적 점검의 내용은 대부분이 소방시설이 화재안전기준에 적합하게 설치되었는지 여부와 파손이나 변형이 없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년에 2차례의 점검만으로는 화재시 소방시설의 정상적인 작동 신뢰성을 확보하기에는 간격이 너무 길다고 판단되며 이는 소방시설 낮은 정상작동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소방펌프의 기동테스트, 유수검지장치의 알람스위치 작동여부를 6개월 간격으로 하는 것은 해당기능의 중요성에 비해 점검 간격이 너무 길다고 판단된다. 펌프의 자동기동 여부, 밸브의 원할한 개폐여부, 유수검지 장치의 정상 작동 등 소방시설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설비의 정상적인 작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월1회 이상의 작동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상시의 펌프 작동 시험은 체절점, 설계점 및 과부하점에서의 유량을 측정하는 성능테스트를 할 필요는 없고, 배관의 압력 강하로 펌프가 자동으로 기동하는지를 확인하는 펌프기동시험(Run-Test)이면 된다. 이렇듯 펌프, 유수검지장치 등 정말로 중요한 몇 가지 소방요소 및 기능에 대해서는 매월 또는 합의된 점검주기에 따라 점검 및 작동 테스트를 실시하여 점검기록을 작성하도록 하고, 6개월 마다 실시되는 법적 점검시에는 전문가의 성능테스트(Performance test)와 더불어 평시의 유지관리 및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프로세스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