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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카보네이트(PC) 방음터널은 안전한가?

글 이영규

위험관리지원센터

1. 머리말

2022년 12월 29일(목요일) 13시 49분경,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내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가 방음터널로 옮겨붙으면서 5명이 사망하고 47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방음터널 방음판 자재로 널리 쓰이고 있는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일주일 후, 국토교통부 장관의 ‘긴급 지시’ 보도자료1)가 배포되었다. 긴급 지시의 주요 골자는 PMMA 방음터널을 교체하고 소화피난시설 설치 등을 조치하라는 내용이다. 특히 PMMA 방음터널을 폴리카보네이트(PC), 유리, 금속재 방음터널로 교체한다는 개선대책이 눈길을 끌었다. 본 기고에서는 폴리카보네이트(PC) 방음터널은 안전한가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1) 국토교통부, 국토부, 방음터널·방음벽 화재 안전대책 긴급 지시, PMMA 방음터널 교체, 소화피난시설 설치 등 조치, 보도참고자료, 도로국 도로시설안전과, 2023.01.05.

2. 안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우리 사회가 어떤 행위를 허용한다는 것은 그로 인한 위험부담은 우리 사회가 감수한다는 암묵적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 그렇지만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므로 부여되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데로 안전은 위험부담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위험부담의 정도를 기준으로 안전 여부를 판단한다. 교통사고 위험부담이 있다고 해서 운전을 못 하게 하지는 않는다. 차량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춰 교통사고 위험부담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된다고 인정되면 차량 운전을 허용한다. 이처럼 안전이란 위험부담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또는 국가)가 허용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하의 위험부담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 사회는 대형인명사고(대략 사망자 5명 이상이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 안전 시스템에 대해서 검토하고 개선해왔다. 여기서 ‘개선한다’라는 의미는 위험부담을 줄인다는 의미가 된다.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필요로 한다. 만약 위험부담 감소 가치가 필요 비용보다 크다면 위험부담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명분은 강해진다. 반면에 그 반대가 된다면 위험부담을 감소시킬 명분이 약해진다. 이와 같은 철학을 ALARP (As Low As Reasonably Practical, 합리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만큼 낮게)라 한다. 우리가 위험부담을 어디까지 낮춰야 하는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ALARP 인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기술이 발달하게 된다. 또한 사회가 합의하는 생명 가치는 계속해서 고평가된다. 과거에는 필요 비용이 더 커서 더 많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했지만, 현재 또는 미래에는 생명 가치가 고평가되고 기술 발달로 인한 필요 비용이 감소하여 과거보다 낮은 위험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또는 살아갈 것이다.

3. 폴리카보네이트(PC) 방음터널의 안전 진단

국토교통부2)에 따르면 도로 인근 택지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민원 해소를 위해 방음터널, 방음벽 등 방음시설 설치가 증가 추세에 있으며 2023년 1월 기준 운영 중인 방음터널은 170개소(59.3km), 방음벽은 12,118개소(2,816km)로 집계되었다. 표 1은 방음시설 실태 조사 결과를 보여준다. 국내 방음터널의 34%(58개소)와 방음벽의 14%(1,704개소)가 과천 방음터널 화재 사고와 동일한 PMMA 소재로 시공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과천 방음터널 화재 사고 한 달 후, 화재에 취약한 PMMA 소재 방음터널을 화재 안전성이 높은 재질로 조속히 교체하도록 명령했다. 이와 같은 의사결정 밑바탕에는 교체 필요 비용보다 위험부담 감소 가치(인명과 재산 피해 경감 가치)가 크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2) 국토교통부, 국토부, 「도로 방음시설 화재안전 강화대책」 발표, 도로국 도로시설안전과, 2023.02.01.

표 1. 2023년 1월 기준 방음시설 실태 조사 결과 (출처=국토교통부)

그림 1. 수평거치 시료에 대한 화재실험 영상(출처=도로교통연구원)

그림 1은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및 방재 대책 수립 연구’ 보고서에서 인용한 것으로, PC, PMMA, 강화접합유리 수평거치 시료에 300kW 버너 점화 후 2분, 10분, 11분, 12분, 13분 후의 스냅숏을 보여준다. 보고서에서 PMMA의 경우에는 용융된 화재 불티가 낙하하여 2차 화재가 발생했지만, 용융된 PC 파편은 2차 피해를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기술되어, PMMA가 PC보다 화재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표 2는 투명 방음 자재의 기계적, 물리적, 열적 특성을 보여준다. PC의 인화점은 PMMA보다 높고 유해가스 가지 수도 PMMA보다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표 2. 대표적인 투명 방음 자재의 기계적, 물리적, 열적 특성(출처=도로교통연구원)

그림 1과 표 2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PC는 화재실험과 특성이 PMMA보다 우수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PMMA 방음터널을 PC 방음터널로 교체한다면 우리는 방음터널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방음터널 화재 사고 기사 검색을 통하여 과천 방음터널 화재 외에 3건의 실제 방음터널 화재 사고를 수집할 수 있었다.

표 3. 방음터널 화재 사고 요약

표 3은 4건의 방음터널 화재 사고 요약을 보여준다. 청주 방음터널을 제외한 3곳에서 사고 당시 PMMA로 방음터널이 시공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터널 소실거리는 출동 소요시간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로 유형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 방음터널의 양쪽 벽은 콘크리트 옹벽으로, 반지하도로에 지붕만이 PMMA로 시공된 방음터널로 화재 시 고가도로 방음터널보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구조 특성을 갖는다.

그림 1. 방음터널 화재 사고 비교

그림 2는 4건의 방음터널 화재 사고에서의 출동 소요시간에 따른 방음터널 소실거리(동그라미 마커)를 보여준다. 방음터널의 소실거리는 출동 소요시간 외에도, 도로유형(고가도로, 지상도로, 반지하도로 등), 방음재 소재, 기상환경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방음터널 소실거리를 출동 소요시간에 따른 선형함수로 단순하게 가정하고 출동 소요시간을 모두 20분의 동일한 조건을 가정한 경우, 과천 방음터널(고가도로)의 소실거리는 400m, 용인 방음터널(고가도로)의 소실거리는 330m, 청주 방음터널(고가도로)의 소실거리는 100m로 추정된다. 과천과 용인 방음터널의 소실거리는 유사하나 청주 방음터널의 소실거리는 과천 대비 1/4, 용인 대비 1/3 수준으로 현저히 작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청주 방음터널의 특출난 특징은 다른 방음터널과 달리 PC로 시공된 방음터널이라는 점이다. PMMA로 시공된 방음터널을 PC로 교체 시공하는 경우 방음터널 화재로 인한 피해를 2/3 가량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 4는 PMMA와 PC의 단가표 선일기술산업, 방음벽 자제 단가표3), 를 보여준다. 대략 PC의 단가는 PMMA보다 1.4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PC 방음터널 시공 단가는 PMMA보다 1.4배 이상 크지 않으리라고 추정되며, PC 방음터널로 대체 시 피해를 2/3 가량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림잡아 PC 방음터널로의 교체 시공 명령은 ALARP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3) 선일기술산업, 방음벽 자제 단가표, http://sunileng.biz/

표 4. PMMA와 PC 방음 자재 단가(출처=선일기술산업)

4. 맺음말

대형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사회적 갈등이 극심해지고 정부 당국은 관리적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천 방음터널 화재 사고는 5명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아찔한 사고였다. 단일 화재로 인해 5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는 우리 사회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정부 당국도 발 빠르게 대처하여 원흉으로 지목받은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방음 소재를 교체한다는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가장 현실적인 교체 소재는 폴리카보네이트(PC)일 것이다. 유리로 교체할 경우 자중이 2배 이상 증가하여 골조 보강을 해야 하므로 비용 측면에서 유리로의 교체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PC로의 방음터널 교체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PC 방음터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부담을 우리 사회가 감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 저자는 앞에서, 과천 방음터널이 PMMA가 아닌 PC로 시공되어 있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피해 추정시, 1명 혹은 2명의 사망자가 나왔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단일 화재 사고로 1명 혹은 2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 위험부담을 우리 사회가 허용할 수 있다면 PC 방음터널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