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분기 들어 유가 하락, 수요 감소 등에 따라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가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유지로 인해 실물경제의 높은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2024년 국내외 경제성장률이 대체로 2023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불확실성이 높은 전망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상승, 국가 간 갈등과 보호무역주의에 의한 탈(脫) 글로벌화 심화, 기후변화 심화로 인한 물가불안 재연, 중국 부동산 경착륙 등 여러 가지 대외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잠재된 위험요인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또한 대내적으로도 GDP 대비 225%에 이르는 가계 및 기업 대출의 부실 확대에 주의해야 할 시기이다. 손해보험산업은 특히 자산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할 해가 될 것이다.
2023년 상반기 손해보험 원수보험료는 전년 대비 8.2%로 고성장을 유지하였으며, 장기손해보험 초회보험료는 전년 대비 0.2%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종목별로 보면 2023년 상반기 장기손해보험은 운전자·재물·통합 보험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었으며, 특히 대형사의 점유율이 상승한 것이 특징이다. 대형 5개사의 장기손해보험 초회보험료 점유율은 2022년 66.0%에서 2023년 상반기에 80.7%로 상승하였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2023년 보험료 인하와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 감소, 마일리지 특약 의무 가입 등으로 보험료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일반손해보험은 2023년 상반기에도 8.9%의 고성장을 지속하였다. 수출입 물동량 증가, 신용보증 확대, 책임보험 시장 확대로 인해 해상, 보증, 특종보험이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보험료 전망을 위한 주요 가정은 다음과 같다. 2024년 경기 회복은 제한적이고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고물가, 고금리가 유지된다고 가정하였다. 또한 공급 측면에서 보험산업의 영업 경쟁이 2023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을 했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큰 틀에서 보험산업의 저축성 보험 수요는 둔화되는 반면 보장성 보험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2024년 손해보험 원수보험료의 성장률은 2023년에 비해 둔화된 4.4%로 전망된다. 장기보험은 상해·질병과 운전자보험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조정이 없다는 전제하에 성장률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손해보험은 책임보험 시장 확대와 신규 리스크 담보 확대 등에 힘입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목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장기 보장성보험의 경우 상해·질병보험은 5.6%, 운전자·재물 등 기타 보장성보험은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해·질병보험은 건강 및 간병 수요 확대로 성장세가 유지되겠지만 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보험은 운전자 배상책임 강화와 신규 담보 확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재물보험과 통합형보험도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조정이 없을 경우 2023년과 유사한 성장률(1.8%)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들어 자동차 반도체 수급 부족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나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은 여전히 둔화되고 있어서 보험료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 또한 보험료가 저렴한 온라인 채널 가입이 확대되고 있으며, 운행거리 연동 보험이 증가함으로써 대당 보험료 확대도 제약되고 있다. 고가 차량 및 전기차의 증가는 보험료 증가요인이나 영향력은 아직 제한적으로 보인다.
일반손해보험은 특종보험을 중심으로 5.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률은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화재보험은 주택화재 보험 수요의 완만한 확대로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상보험은 수출입 물동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환율 효과로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증보험은 신용 관련 보증 수요가 확대 추세이나 경기 둔화를 감안하여 2.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종보험은 책임보험 시장 성장과 신규 담보 확대로 인해 6.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상반기 손해보험산업의 당기순이익은 4.6조 원으로 전년도(IFRS4 기준) 전체 당기순이익(4.6조 원)에 육박하였다. 이렇게 큰 이익이 달성된 것은 주로 2023년에 변경된 회계기준(IFRS17)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은 과거와 달리 여러 가정을 바탕으로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며, 수익의 인식도 발생주의 방식으로 한다. 또한 새로운 회계기준에서는 보험회사의 실질적인 이익 원천을 파악할 수도 있다. 이익의 원천별로 보면, 2023년 상반기 손해보험산업의 세전 보험손익은 4.6조 원, 세전 투자손익은 1.6조 원이었다.
보험계약마진은 보유계약의 미래 보험이익을 현재가치화한 것이므로, 이를 통해 보험회사의 향후 보험영업 이익을 추정할 수 있다. 손해보험산업의 보험계약마진은 2023년 상반기에 63.6조 원이었으며, 이는 2022년 말에 비해 약 2.9조 원 증가한 규모이다. 현재의 보험계약마진 추세와 향후 보험료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손해보험산업의 대략적인 보험계약마진 규모는 2023년 말 64.6조 원, 2024년 말 67.9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손해보험산업이 신계약으로 확보할 보험계약마진은 12.3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보험영업 수익으로 인식되는 보험계약마진 상각 규모는 7.2조 원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손해보험산업은 높은 CSM 성장률로 인해 보험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투자손익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긴축 통화정책이 시작된 2022년부터 회사 간 수익성 편차가 확대되고 있는데, 고금리 지속으로 이러한 경향이 202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별 투자손익 관리 역량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별 건전성과 수익성의 관계를 살펴보면, 건전성(지급여력비율)이 낮은 회사일수록 자본 중 자본성증권(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수익성이 낮으며, 투자손익의 잠재 변동성(FVPL 자산 비율)이 큰 경향이 관찰된다. 이는 거시적 충격에 건전성이 낮은 회사의 유동성, 수익성, 건전성이 더 크게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건전성이 낮은 회사들은 이익의 내부 유보를 극대화하고 자산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할 시기로 판단된다.
2024년에는 손해보험산업의 성장성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만약 2024년에 장기보험 부문에서 2023년 이상의 영업 경쟁이 일어난다면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이 나타날 수 있다. 2023년에는 회계제도 변화로 인해 보험산업의 이익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 확보를 위한 보험회사 간 경쟁이 더욱 심화되었다. 보험시장의 높은 정보비대칭성에 기반한 보험회사와 판매자의 전략으로 인해 영업경쟁이 심화될수록 특정 보험상품 중심의 불균형한 성장과 소비자신뢰 저하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보험산업 이해관계자 모두가 경계할 부분이다. 또한, 2024년은 금융·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보험회사 보유 자산의 신용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보험회사는 부실 자산의 손실을 조기에 인식하고 이익의 내부 유보를 극대화하며 자본성증권의 의존도를 줄여 나아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