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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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마음으로, 속초 해맞이 여행

채지형 (여행작가)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장엄한 모습을 보기 위해 강원도 속초로 떠난다.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영금정에서 해돋이를 만나고 설악산이 한품에 안기는 영랑호수윗길을 걷다보면, 마음 한 구석에 새로움이 움튼다.

철썩이는 파도 앞에서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

영금정은 동해안 대표 해돋이 명소다. 이곳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 마음도 붉게 타오른다. 영금정은 설악산 줄기가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만난 지점으로, 속초등대 밑 크고 넓은 바위가 깔려 있는 곳을 말한다. 태양 아래 거친 물살을 헤치고 달리는 고깃배와 갈매기 떼를 보노라면, 삶에 대한 의지가 샘솟는다.
영금정에는 정자가 두 곳 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 계단으로 오르면 첫 번째 정자가 나타난다. 서 있기만 해도, 넓은 바다와 동명항 방파제, 돌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에 있어, 장엄한 일출을 감상하기 좋다. 조금이라도 바다 가까운 곳에서 해를 보고 싶다면, 다리를 건너 왼쪽 정자로 간다. 탁 트여있다. 그래서 파도의 철썩임도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거침없이 달려드는 파도]

[갯바위 위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여행자_촬영 채지형]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영금정의 바위_촬영 채지형]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편에 있는 정자. 높이 있어 일출이 더 장엄하게 보인다_촬영 채지형]

[망망대해 위로 떠오르는 태양]

잔잔한 호수 위에서 바라보는 설악산

뜨거워진 가슴을 안고 영랑호로 향한다. 호수 위에서 산을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서다. 신라시대 화랑들도 즐겨 찾았다고 전해진 영랑호는 속초의 보석이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꼽힌다. 철새도 다양해, 호수 주변에는 새들이 쉴 수 있는 횃대도 마련돼 있다.
영랑호는 새해 계획을 세우고 소원을 빌기에도 적당한 장소다. 특히 영랑호수윗길은 호수 위에서 울산바위부터 대청봉까지 설악산의 긴 줄기와 바다, 호수를 함께 조망할 수 있어, 1월과 잘 어울린다. 새벽부터 밤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가장 좋다. 태양이 떠오르면서, 눈 덮인 설악산을 서서히 깨울 때는 신비로운 기운까지 느껴진다. 우람한 범바위도 지척이다.
영랑호수윗길은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총길이 400m, 폭 2.5m의 부교로, 길을 걷다보면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부교 가운데는 지름 30m의 큼지막한 원형광장이 조성되어, 이곳에서 설악산과 영랑호, 동해바다를 편안하게 바라본다. 광장 한쪽에는 망원경이 있어, 울산바위를 비롯해 설악산 구석구석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또 영랑호의 초성을 딴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으며, 포토존에는 설악산 주요 포인트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어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설악산을 바라보며 호수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_촬영 채지형]

[영랑호는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석호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_촬영 채지형]

[친구들이 사이좋게 영랑호수윗길을 걷고 있다_촬영 채지형]

낭만 가득한 요트 여행

특별한 속초 여행을 원한다면, 요트를 타보는 건 어떨까. 요트를 타기만 해도 속초의 자연과 역사, 문화까지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고요한 청초호수에서 부드럽게 출발하는 점, 시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속초 요트투어의 또 다른 장점이다. 출발은 청초호. 잔잔한 청초호 위에서 호수와 항구의 고즈넉함을 즐긴 후, 설악대교로 향한다. 부드러운 아치형의 설악대교는 청초호와 동해를 듬직하게 잇고 있다. 속초 전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설악대교는 빛을 받아 더 강한 붉은색을 보여준다.
설악대교를 지나면, 짙푸른 바다다. 요트는 조도를 향해 천천히 달린다. 조도는 속초8경 중 하나로, 새들의 낙원이다. 새가 많아 조도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과거에는 풀과 소나무가 무성해 초도(草島)라고도 불렸다. 옛날에는 섬에 정자가 있었는데, 현재는 정자 대신 하얀 무인 등대가 서 있다. 조도 위로 뜨는 일출 풍경이 유명하지만, 낮에 보는 조도도 못지않게 아름답다. 조도를 끊임없이 오가는 새를 보니, 크기는 작지만 엄청난 생명력이 느껴졌다. 출발지로 돌아가는 길, 설악산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굽이굽이 이어진 설악산 봉우리의 곡선이 부드럽다. 두 팔을 벌려 보듬어주는 것 같다.

[미끄러지듯 나가는 요트]

속초의 역사를 담은 아바이마을

속초에서 빠트릴 수 없는 곳이 청호동 아바이마을이다. 이곳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이 내려와 살면서 형성됐다. 그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모래사장이었다. 당시 물자가 부족해 판자나 박스, 깡통을 구해 겨우 집을 만들었다. 아바이마을에서 만난 할머니의 “며칠만 있으면, 고향에 갈 수 있을 줄 알았어”라는 말씀에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피부에 와 닿는다.
금방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보낸 세월이 어느덧 70년이 흘렀다. 아바이마을의 역사를 알고 나면, 낮은 지붕도 거친 이북 사투리도 이상하지 않다. ‘아바이’라는 지명도 아버지라는 뜻의 함경도 사투리다. 속초는 전국에서 실향민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한때 실향민 비율이 80%에 이를 정도였다.
아바이마을에 갔다면 갯배를 타 봐야 한다. 육지 쪽 중앙동과 아바이마을의 청호동을 왕복하는 이색적인 교통수단이다. 모터로 움직이는 배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줄을 담겨 움직이는 무동력선이라 특이하다. 지금은 설악대교를 통해 아바이마을과 육지가 연결되지만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육지로 나갈 수 있었다. 세상과 아바이마을을 이어주는 통로였던 것. 갯배에 의지해 일하고 생활하던 현지인이 주 이용객이었는데, 지금은 여행자가 주 고객이다.
갯배 타는 부근에 속초청년몰이 갯배st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 공간으로, 2020년 4월 속초수협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갯배St는 속초의 명물인 ‘갯배거리’라는 뜻으로, 읽었을 때 ‘겟 베스트(Get Best)’로 발음돼 속초의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1층에는 속초청년들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공방에서 속초의 멋과 맛을 만나고 2층 복합문화공간에서는 여유로운 커피타임을 갖고, 3층에서는 설악대교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긴다. 낮보다 밤이 더 인상적이다.

[실향민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아바이마을]

[갯배St의 재미있는 이정표]

[갯배st 3층 테라스는 이국적으로 꾸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