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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중 듣는 흔한 질문들

심성훈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

암치료와 관련한 정보는 넘치다 못해, 어지럽다. 당장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오는 글만 읽어도, 치료의 전문가인 척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공지능 모델이 의사를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하나, 최소한 오늘은 아니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어느 것이 정확한 정보이고, 가치 있는 정보인지 따지는 일이 더욱 어려운 이유이다.

진료실에서 치료중인 경우이든, 치료가 끝난 경우이든, 대부분의 환자가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 한가지. “무엇을 먹어야 좋은 가요?”

밑도 끝도 없는 막연한 질문에,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어리석은 질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필자도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어디에 살거나, 어떤 것을 입거나, 어떤 것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오직 먹는 것이다. 먹고 소화시키고, 그 기운을 내 몸이 흡수하여 하나가 되며, 비로소 몸은 훨씬 건강해질 수 있다. 먹는 다는 행위는 사람들에게 그런 의미인 것이다. 그러나 의학에서 소화 과정은 소화 액을 통하여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및 기타 영양분이 분해되고, 흡수되는 과정이다. 신선한 아침의 기운을 받아 푸르른 잎사귀에 맺힌 이슬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몸에서는 수소 두개와 산소 한 개가 결합된 물 분자가 흡수되는 것일 뿐이다. 철저하게 물질론 적인 사고 방식이며, 이는 의학 지식의 근간을 이룬다. 생명이란 유기체이며, 단순히 물질 이상의 것이라는 철학적 메세지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과학으로서 암 치료의 실체는 철저히 형이하학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형이하학적 관점에서, 범람하는 민간 요법 및 건강식품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좀더 쉽게 표현하여, 이러한 것들이 암치료에 도움이 되는가.

매우 민감한 질문이다. 관련 산업은 거대하고, 관련된 사람 수도 너무 많다. 공식적으로 효과가 없다라고 하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어떤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다. 공식적으로 효과가 있다라고 한다면, 혹여 누군가가 나에게 그 발언의 책임을 묻지 않을까 두렵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 모든 것들이 암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른다. 그 많은 것들이 암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연구가 철저하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검증이 되지 않은 일부 식품 또는 물질들이 암치료에 효과가 입증 되었다고 하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일반인들에게, 어느 의학저널에 영문 이름으로 된 저자 표시 논문을 예로 들면 신뢰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가 보면, 단지 사례 보고이거나, 소규모 표본의 제한된 연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효과가 없다 거나, 부작용을 이야기하는 자료는 제시하지 않는다. 보여주지 않았을 뿐, 일부러 감추거나 없다고 하지 않았으니, 과장만 하지 않는다면 책임을 질 일은 없다.

주류 학계에서 인정하는 암치료는 그래서 보수 적이다. 효과와 부작용을 숫자로 제시하지 못하면 받아 들이지 않는다. 심지어 일관되게 그 효과가 재현되지 못하면,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직 연구가 부족하여 효과를 알 수 없다면, 그저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표현할 뿐이다.

무엇을 먹어도 되는지 묻는 질문에, 굳이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답하는 이유의 뒷편에는 그 많은 먹을 거리들(건강식품) 혹은 민간요법들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할 지라도, 진료실에서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함부로 안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식품은 식품 혹은 음식으로 먹으면 된다. 약처럼 먹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