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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화재의 특성 및 통계

이승철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과 과학수사계)

1. 머리말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을 바탕으로 어업활동뿐만 아니라 여객 운송, 교역 등 활발하게 해양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2022년 기준 전 세계 무역량의 약 72%(113억 톤)가 해상 교역을 통해 이루어질 정도로 선박은 중요한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선박은 우리 생활과 경제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국제 무역과 경제 활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해상 운송이 활발할수록 이에 따른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선박화재는 대표적인 해상 안전사고 중 하나로 꼽힌다. 선박은 공간이 제한적이고 연료, 화물 등 인화성 물질을 적재하고 있어 화재 발생 시 빠르게 확산될 우려가 크다. 또한, 바다 위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외부 지원이 어렵고, 진화 작업 역시 제한적인 환경에서 이루어져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으며 선원과 승객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공간과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인명 피해로도 직결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선박화재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며, 화재감식 등 조사를 통해 유사 사고를 예방하고 범죄 혐의점 등을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선박 화재감식은 해양경찰이 담당하고 있으며, 항구에 계류 중인 선박의 경우 소방기본법에 따라 소방대상물로 분류되어 관할 소방서와 해양경찰이 공동으로 감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대형 선박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다 정밀한 화재원인 분석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감식을 진행하여 화재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선박화재의 특성과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과학수사계 화재감식팀에서 실시한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화재감식 통계 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 1] 해상에서 발생한 선박 화재

2. 선박의 종류 및 선박화재의 특성

가. 선박의 종류

선박은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 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용도, 추진 방식, 재질 등에 따라 분류 될 수 있다.

[그림 2] 일반적인 선박의 분류

[출처]
방재와 보험 134호, 해상화재의 위험과 주요 사례 및 영향

(1) 용도에 따른 분류

선박은 용도에 따라 크게 여객선, 화물선, 기타선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여객선은 사람을 수송하는 선박으로 국제여객선과 연안 여객선으로 구분된다. 화물선은 화물을 운반하는 선박으로 건화물선(곡물, 석탄 등), 액화물선(원유, LNG 등), 컨테이너선 등으로 나뉜다. 기타선박에는 어선, 작업선(해양 건설, 구조 작업)등이 포함된다.

(2) 추진 방식에 따른 분류

선박은 동력을 얻는 방식에 따라 분류된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추진방식이며, 대형 선박에서는 증기 터빈이나 가스터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환경 보호와 연료 절감을 위해 전기 추진 선박과 LNG(액화천연가스) 추진 선박이 증가하고 있으며, 태양광이나 풍력을 활용한 친환경 선박도 연구ㆍ개발 중이다.

(3) 재질에 따른 분류

선박의 재질은 주로 사용 목적과 운항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강철이 가장 많이 사용되며, 이는 대형 상선과 군함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고속정에는 경량화와 속도 향상에 유리한 알루미늄이 사용되기도 하며, 레저용 요트나 소형 선박은 내구성과 가벼운 무게가 장점인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RP)을 사용하여 제작하고 있다.

나. 선박화재의 특성

항구 내 계류 중인 선박은 화재 발생 시 육상에서 지원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선박은 바다 위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운항하므로 신속한 외부 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인명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선박 내부는 밀폐된 공간이 많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선원 또는 승객, 승무원들의 대피를 어렵게 만들고 확산된 연기는 시야를 제한하며 질식 위험을 높인다. 특히, 선박 엔진룸이나 화물창과 같은 공간에서는 화재가 발생하면 고온의 연소가스가 빠르게 퍼질 수 있다.

연료와 화물의 특성도 선박 화재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유조선이나 가스 운반선과 같은 선박은 대량의 가연성 물질을 적재하고 있어 화재가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컨테이너선의 경우에는 적재된 화물 중 일부가 위험물일 가능성이 있고 어떤 화물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을 수도 있어 진압이 어려울 수 있다.

(1) 선박의 재료에 따른 화재 특성

(가) 강철(철강) 선박

강철은 높은 내화성을 가지지만 열전도율이 높아 화재가 발생하면 열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특히, 고온(약 600~800℃)에서 강도가 급격히 저하되면서 구조적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선박이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선체의 변형이나 붕괴가 발생할 수 있으며, 밀폐된 공간에서는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추가적인 화재 확산 위험이 증가한다.

(나)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선박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은 가벼우면서도 내식성이 강해 어선, 요트, 소형 선박 등에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FRP는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화재 발생 시 쉽게 연소하며, 연소 과정에서 다량의 유독가스를 방출할 수 있다. 특히 폐쇄된 공간에서 FRP가 타면서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발생해 선원 및 승객 등에 영향을 미쳐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다) 목재 선박

목재는 화재에 가장 취약한 재료로, 불이 붙으면 빠르게 연소하며 고온에서 자체적인 내화성을 갖추지 못해 화재 확산을 막기 어려우며 소형 선박의 경우 전소되면서 침몰 되는 경우가 많다. 목재 선박은 오래될수록 내부에 수분을 머금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불완전연소로 인해 다량의 연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목재 선박은 화재 감지 및 초기 진화가 특히 중요하다.

(2) 선박의 발화 장소에 따른 화재 특성

(가) 기관실 화재

기관실은 엔진, 발전기, 연료탱크, 윤활유 등 가연성 물질이 밀집된 공간으로 선박 내에서 화재 위험이 가장 높은 구역 중 하나이다. 엔진 및 발전기 등은 장시간 운전 시 고온으로 상승하여 기관실 내 발화 가능한 가연물에 착화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전선의 노후화 및 과부하 등으로 인한 단락, 마찰로 인한 열 발생, 연료 누출 등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기관실 화재는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연소 과정에서 산소가 빠르게 소모되어 질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며 화재 진압이 늦어질 경우 연료 폭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림 3] 화재가 발생한 기관실

(나) 화물창 화재

화물창에서는 선적된 화물의 종류에 따라 화재 특성이 달라진다. 특히, 가연성 액체(휘발유, 경유, 알코올 등), 위험 화학물질(산화제 등), 가스류(LNG, LPG 등) 가 적재된 경우에는 화재 발생 시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일반 화물의 경우에도 포장재나 적재방식에 따라 불이 빠르게 번질 수 있다.

[그림 5] 화재가 발생한 주거 공간

(라) 주방(식당) 화재

여객선 외 대부분 소형 선박이나 어선은 좁은 공간에서 취사 행위가 이루어져 화원과 가연물의 안전거리 확보가 어렵고, 조리 과정에서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등의 열원이 사용되며 식용유, 조리기름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화재 위험이 높다.

(3) 발화원 유형에 따른 화재 특성

(가) 전기적 요인

전선의 노후화, 절연 손상, 과부하, 누전, 합선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불꽃(아크)이 튀거나 과열된 전선에서 화재가 시작될 수 있다. 소형 선박의 경우 배터리에 연결된 단자가 풀리거나 배선이 금속 고정구에 눌리면서 절연파괴 및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나) 기계적ㆍ화학적 요인

기계적 요인은 엔진 과열, 마찰열, 베어링 손상 등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며, 화학적 요인은 위험 화물(가연성 액체, 가스, 산화제 등)의 누출 및 반응으로 인해 자연발화하거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

(다) 인적요인

선박에는 다수의 가연물이나 인화 물질이 상시 존재하여 작은 불씨에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부주의한 흡연, 용접ㆍ연마 작업 시 발생한 불티가 가연성 물질에 닿아 발화하거나 좁은 틈새로 들어가면 작업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장시간 뒤 화재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선박 관계자와 원한 및 보험사기 등을 위해 고의적으로 선박에 불을 지르는 방화 등이 있다.

3. 선박화재 통계

해양경찰청 ‘2023 해상조난사고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2023년까지 전체 사고 19,327건 중 선박화재는 779건(약 4%)로 집계되었다. 대부분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정박 중 화재가 다수 발생 하였으며, 사망 21명, 실종 17명, 부상 6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그림 6] 연도별 화재사고 발생추이

[출처]
해양경찰청, 2023 해상조난사고 통계연보

가. 해양경찰청 화재감식

해양경찰청은 본청과 5개 지방청(중부, 서해, 남해, 동해, 제주), 20개의 경찰서 등 총 28개의 소속기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지방청 내 과학수사계에서 담당 관할서 선박화재 발생 시 화재감식을 수행하고 있다.

나. 각 기준별 통계

본고에서 다룰 선박화재 통계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관할서(부안, 군산, 목포, 여수, 완도)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선박화재 253건(전체 건수에 약 32.5%) 중 과학수사계 화재감식팀이 감식을 진행한 163건을 대상으로 화재 선박의 종류 및 톤수, 정박ㆍ항해 여부, 월별 발생 건수, 화재 발생 원인을 기준으로 분석하였다.

(1) 선박 종류별

선박화재 163건 중 어선이 111건(68.1%)으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어선에 이어 바지선(실뱀장어 바지선 등)이 17건(10.4%), 상선이 13건(8%) 발생하였다. 기타 11건에는 예인선, 관공선, 해양조사선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비선박인 계류시설도 9건(5.5%)의 화재가 발생하였다.

(2) 선박 톤수별

10톤 이상 선박에서 49건(30.1%)가 발생하였으며, 다음으로 5~10톤 미만 선박이 39건(23.9%)으로 다수 발생하였다. 5톤 미만 선박은 2~5톤(16, 9.8%) > 1~2톤(20, 12.2%) > 1톤 미만(8, 4.9%) 순으로 발생하였으며, 톤수미상 31건에는 바지선, 계류시설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림 7] 선박 종류별

[그림 8] 선박 톤수별

(3) 정박·항해 여부

선박화재 중 85건(52.1%)은 정박 중에 발생하였으며, 61건(37.4%)는 항해, 기타 17건은 조선소 상가 수리 선박, 가두리 양식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4) 발생 월 별

감식을 실시한 163건의 선박화재 발생 월은 1월을 제외하고 매월 10건 이상 발생하였으며, 10월이 18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였고 다음으로 3, 5월이 17건으로 많이 발생하였다.

[그림 9] 정박ㆍ항해 여부

[그림 10] 발생 월별

(5) 화재 원인

선박화재 발생원인 중 87건(53.4%)는 전기와 관련되어 발생한 것으로, 기기 전원케이블 합선, 배터리 및 분전반 연결 전선의 합선과 실뱀장어 바지선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 연결된 전선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또한, 선박은 유류가 상시 존재하여 유류의 누설, 유류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의한 폭발 등이 23건(14.1%) 발생하였다. 다음으로 인적요인 15건(9.2%)은 대부분 용접이나 글라인더 작업 중 발생한 불티 등 부주의에 의한 화재로 발생하였으며, 배기관 또는 엔진에서 방출되는 열이 주변 가연물에 착화하는 축열에 의한 화재도 8건(4.9%) 발생하였다. 불상 20건은 선체가 화재로 전소된 후 침몰되거나 전복되어 증거물이 식별되지 않거나 유실로 정확한 발화 원인 규명이 불가한 건수이다.

[그림 11] 화재 원인

4. 맺음말

최근 부안군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34톤급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선원 12명 중 7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선박화재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상당한 만큼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선박 화재에 대한 예방 대책과 철저한 감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박 화재 감식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사고 발생 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선박 관계자와 해양 종사자들의 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기적인 안전 점검과 화재 대피 훈련을 통해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하며, 선원과 승객들이 긴급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명확한 매뉴얼과 훈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관련 기관이 협력하여 해양 안전 법규를 정비하고 국제 기준에 맞춘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해양 안전은 특정 기관이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달성될 수 없는 만큼, 모든 해양 관련 종사자와 국민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