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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하부충돌 시험설비를 활용한 실험적 연구

박서원 (방재시험연구원 R&D전략팀)

1. 연구개요

최근 우리나라의 전기차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60만 대를 넘어섰으며, 2025년에는 1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 증가로 풀이된다. 전기차의 보급 확대와 함께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도 중요한 연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위치하여 도로 요철이나 낙하물 충격 등 외부 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충돌시 구조적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열폭주를 유발하여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전기차 하부충돌 시험설비를 활용하여 충돌 시 배터리의 구조적 손상 및 열폭주 발생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하부 충돌 시 배터리에 가해지는 영향을 분석하고, 배터리팩의 구조적 안정성을 평가하여 전기차 안전성 강화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2. 전기차 충돌 후 화재 사례

2.1 해외사례

호주의 EV Fire Safe는 전세계 전기차 화재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24년 6월까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총 511건의 전기차 화재가 보고되었다. 이 중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사례를 제외하면, 차량 또는 도로 잔해물과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 화재가 119건으로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테슬라 화재 사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총 198건의 테슬라 전기차 화재가 보고되었다. 이 중 충돌로 인한 화재는 69건으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면충돌이 5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하부충돌 6건, 측면충돌 3건, 후방추돌 1건, 차량 낙하 사고 1건 순으로 발생 빈도가 높았다. 중국 자동차 연구소(CAERI)에서도 전기차의 하부 충돌 사고의 유형을 분석하였는데, 해당 연구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발생한 자동차 사고 중 하부의 긁힘(주행방향)이 48%, 하부의 지지(상방향)가 38%, 고속 충돌ㆍ천공이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림 1] EV Fire Safe 화재 데이터

[그림 2] 도로 잔해와 충돌하여 화재가 발생한 테슬라 모델 3

[그림 3] 대표적인 하부충돌 유형

[그림 4] 하부충돌 비율

출처 : Zhiwei Zhao* at al. “An Investigation on the Ground Impact of Electric Vehicle.” 2022

2.2 국내사례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2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총 17건의 전기차 충돌 후 화재가 보고되었다. 이 중 13건은 고전압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례였으며, 나머지 4건은 커넥터나 전장 부품 등 배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분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고전압 배터리에서 발생한 13건의 화재 중 9건은 차량의 정면 충돌로 인해 배터리까지 충격이 가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나머지 3건은 저속 주행중에(시속 20km 이하) 배터리팩이 도로 위 잔해물이나 연석과 직접 충돌하면서 화재로 이어진 사례였다. 이는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위치한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상, 비교적 낮은 속도의 충격에도 배터리가 손상될 수 있음을 나타내고,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른 전기차의 고유한 위험성을 나타낸다.

출처 : Jeongmin In * , Jaehong Ma and Hongik Kim “Development of a New Electric Vehicle Post-Crash Fire Safety Test in Korea (Proposed for the Kor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 2025

[그림 5] 하부충돌 후 배터리 손상 형태

2.3 전기차 배터리 경미손상 사례

2022년 금융감독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8년 ~ 2021년 말까지 전기차 보험료 상승률이 내연기관 차량의 증가율보다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의 교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평균 2,000만 원에 달하는 고전압 배터리는 경미한 손상에도 전체 교체가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신품으로 교체된 전기차 배터리 중 80%는 부분 수리가 가능하다고 판단되었으며, 육안검사 및 기밀·수밀 시험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리와 교체 여부를 명확히 판별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부재하며, 제조사에서도 배터리 전체 교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 보급이 1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선제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2.4 하부충돌 기준 동향

중국의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인 CNCAP에서는 2024년 7월 1일부터 하부 긁힘 시험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완성차 또는 대차에 배터리를 장착한 상태에서 견인하여 바닥의 반구형 충돌체에 시속 20km 또는 30km로 충돌시킨다. 충돌 후 30분 이내에 화재ㆍ폭발여부를 확인히고, 전해액의 누출량 및 절연저항을 측정한다. 이후 배터리팩을 염수에 침수시켜 2시간 이내에 화재ㆍ폭발 여부를 확인한다.

[그림 6] 하부 긁힘 시험 개략도(CNCAP)

[그림 7] 하부 긁힘 시험 영상 중 일부

우리나라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 주관으로 2024년부터 전기차 충돌 후 화재 안전성 신규 충돌평가(안)을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모니터링 평가 시행 후 내년에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KNCAP)에 반영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도로사정을 반영하여 각형(연석형)과 반구형 외부 충격체를 적용하였으며, 완성차와 대차에 배터리를 장착한 상태에서 외부 충격체에 충돌시켜 화재안전성을 평가하게 된다. 충돌시험 후 배터리를 염수에 침수시켜 화재ㆍ폭발 여부를 확인한다.

3. 연구방법

우리 연구원은 다수의 배터리 열폭주 시험 경험을 바탕으로, 배터리팩 열폭주 시험에 특화된 소화설비와 집진설비를 갖춘 화재 시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전기차 하부 사고를 재현하는 시험설비를 구축하였으며, 완성차 또는 대차를 견인고리에 연결하여 견인한 후 하부의 장애물과 배터리팩이 충돌하는 상황을 모사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하부충돌 시험설비는 시속 10~50km 범위에서 조절이 가능하며, 각형 또는 반구형 외부충격체 외에 다양한 형상의 충격체를 설치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팩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열폭주에 따른 화재발생 위험성이 크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폭주가 시작되면 급격한 연소확대가 일어나며, 일반적인 소화 방법으로는 진압이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시험은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화재 시험장에서 수행하여야 한다.

[그림 8] 연구원 하부충돌 시험설비

차량 또는 배터리에 가해지는 충격량을 분석하기 위해 가속도 센서, 데이터 수집 시스템(DAS)을 갖추고 있다. 또한,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하여 충돌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함으로써 충돌 상황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하부충돌 시험 이후 배터리팩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전기차 진단장치와 배터리팩 기밀 시험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배터리팩의 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3차원 측정 장비를 이용하여 충돌로 인해 발생한 배터리팩의 변형량을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물리적 손상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림 9] 연구원 보유장비

현재 개발 중인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KNCAP)의 초안을 준용하여 시험을 진행하였으며, 하부 충돌에 의한 배터리팩의 변형 정도를 분석하여 안전성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시험은 대차에 배터리팩을 장착하여 진행하였으며, 내부에는 실제 배터리셀은 제외한 상태에서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배터리 외부 구조의 충격 저항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이후 배터리 셀을 포함한 시험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대차의 중량은 실제 차량과 동일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무게추 등을 사용하여 보정하였다. 외부 충격체로는 각형(연석형)을 적용하였으며, 배터리팩과의 겹침량을 30mm로 하였다. 대차는 시속 30km로 외부충격체에 충돌하도록 설정하였다.

[그림 10] KNCAP 대차 모드 시험 개략도(초안)

4. 연구결과

하부 충돌 시험 결과, 배터리팩이 심각한 구조적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 지점에서 배터리팩의 전단부가 파손되었으며, 내부에 보강용으로 설계된 리브(rib)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휘어진 채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특히, 시험에 사용된 배터리팩이 실제 배터리 셀을 포함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구조적 손상으로 인해 배터리 셀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아 손상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른 열폭주가 발생할 위험성이 클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팩이 하부 충격을 받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변형, 배터리팩에 가해지는 충격량, 구조적 손상 여부 등을 평가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부 충돌 시 배터리 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도출하고, 향후 전기차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설계 개선 및 안전 기준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1] 하부충돌 시험

[그림 12] 배터리팩과 외부충격체 충돌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