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속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참사의 발생으로 인하여 국가의 조직, 제도, 그리고 사회적 인식 전환 등이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어떻게 대응해야하는 지에 대한 부분은 무척 중요하다. 사람이 많이 몰리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다중밀집상황에서의 사고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발생원인, 상해종류, 대응방안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많은 인원이 몰려 발생하는 사고를 다중밀집지역 사고라 부르기도 하지만, 본 글에서는 지역보다는 상황에 무게를 두고 다중밀집상황 사고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하겠다. 다수의 군중이 모이는 경우 발생하는 사고는 군중 압착(crowd crush)이라고 하며, 군중이 몰리는 상황은 인간 몰림(human stampedes), 군중몰림(crowd surge), 군중무너짐(crowd collapses)등으로 불리우고 있다. 이러한 사고로 기록된 참사 중 널리 알려진 것은 1883년 발생한 영국의 빅토리아 홀 참사(Victoria hall disaster)가 있다. 이 사고는 영국 선덜렌드 빅토리아 홀에서 발생하였으며, 3세에서 14세 사이의 183명의 어린이들이 군중압착에 의해 사망한 사고이다. 이 사고는 많은 어린이들이 선물을 받기위하여 계단을 지나 좁은 문을 통과해야 했는데, 한 번에 한 아이만 통과할 정도로 좁은 문을 향해 아이들이 진행하면서 앞쪽인원은 갇혀버리고 뒤쪽 인원의 무게와 압력이 작용하여 발생하게 된 사고이다. 빅토리아 홀 참사의 이전에도 대규모 군중의 이동이나 밀집에서 발생한 사고는 다수 존재하지만, 이 사고는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끔찍한 사고로 기억되고 있다. 근래에 발생한 사고를 보면, 국내의 발생 사고는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 시민위안잔치 때 3만 관중이 좁은 출구로 밀리며 67명이 압사한 사고가 발생하였고, 1980년 부산용호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 조회를 위해 학생들이 급하게 몰려 나가다가 5명이 압사하고 20명이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또한 2005년 10월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콘서트에 5천여명이 일시에 몰리며 11명이 숨지는 사고 등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외국의 최근 발생한 사고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미나(mina)에서 열리는 연례 하즈 순례 기간 중 발생한 압사 사고가 있으며, AP통신에 의하여 2,411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바 있다. 또한 2021년 11월 5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NRG 파크에서 에서 발생한 아스트로 월드 페스티벌 압사사고에서는 10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인 2022년 10월 1일 인도네시아 칸주루한 스타디움에서 축구경기 후 관중 난동 및 진압 과정에서 132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상태에서 발생하는 다중밀집상황 사고는 다음의 6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단, 각 구분의 내용은 실제 상황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하거나 단계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그림 1]의 [a]는 대규모 인원이 넓은 지역에서 좁은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좁은 문을 통과할 때 발생하며, 이를 병목효과(bottleneck effect)라고 한다. 병목현상은 통과인원이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적 상황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인내심이 없게 되거나 긴박한 상황이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화재나 테러와 같이 긴급한 이동의 필요를 모두 인지하게 되면, 신속하게 좁은 지역이나 문을 통과하려는 사람들의 진입하게 되고 이때 압사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고가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테이션나이트클럽 화재(2003)이다. 이 당시 영상을 다양한 경로로 볼 수 있다. 이 영상을 보면 화재 시 출입문에서 압착현상이 발생하며 이를 다른 사람들이 압착된 사람들을 빼내려하지만, 실패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다른 유형으로는 쇼핑센터 세일 등 이벤트에서 입장 대기하고 있다가 문이 개방되면서 일시에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진입하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그림 1]의 [b]는 대규모 인원이 한쪽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누군가 넘어지게 되면 연속적인 넘어짐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압착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넘어진 사람은 밟힘에 의한 사상도 발생하지만, 군중이 무너지면서 진행하는 사람의 힘이 계속 증가하게 되면 압착사고로 전환된다. 이러한 사고는 군중통제를 위한 공권력의 개입이 있게 되는 경우나, 테러 상황 등으로 인해 긴급히 현장을 이탈하려고 하는 흐름이 나타날 때 주로 발생한다. [그림 1]의 [c]는 양쪽 또는 여러 방향에서 한 지점으로 인원이 몰리는 경우이다. 초기에는 서로 교차하면서 지나가는 대항류(counter flow)가 형성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몰리는 인원이 증가하게 되면 교차해서 지나가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중간에 교착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 사람들이 통과하고자 하면서 힘을 가하게 되면 가운데 부분의 사람들은 밀도와 압력이 증가하면서 압착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림 1]의 [d]도 자주 발생하는 사고의 유형 중 하나로 콘서트나 운동 경기 중 정지 상태로 있던 사람들이 앞에서의 상황에 반응하여 무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순간적으로 맨 앞 부분의 사람들에게 압력이 증가하면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림 1]의 [e]는 [c]와 유사하기도 한데 2개 이상의 경로에서 하나의 경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이동 폭이 좁아지게 되고 밀도와 압력이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그림 1]의 [f]는 대규모의 고밀도 인원이 이동할 때에 발생하는 데, 많은 인원이 정지와 이동을 반복하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며 물결모양이 이동형태가 나타나기도 하는 데, 이때 일부 지역에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뒤에 밀려오면서 밀도가 증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밀도의 높아짐과 낮아짐이 군중 사이에 불규칙하게 나타나므로 이를 군중난류(Crowd turbulence)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중밀집상황에서의 대표적인 부상은 밟힘과 압착이다. 대규모 인원의 밀집 이동 시 사람이 넘어지고 그 위를 다수의 다른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게 되면, 이로 인해 부상 또는 사망이 발생한다. 그 뒤의 사람들은 시야가 극히 제한되면서 넘어진 사람을 인지하기 어려우며 의지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에 의한 밀림으로 쓰러진 사람 위를 지나가게 된다. 넘어진 사람으로 인해 뒤의 사람이 걸려 연속적으로 넘어지는 경우 군중압착이 발생할 수 있다. 군중이 과 밀집된 경우는 서있는 상태에서 작용하는 압력에 의하여 압착상태가 되기도 한다. 군중압착 사고를 보면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수직으로 쌓여져 있고 엉켜있는 피해자들을 힘으로 빼내려 하지만 가해지고 있는 힘으로 인해 불가한 경우가 목격된다. 서있는 상태나 다른 사람들에게 깔려있는 상황에서 가슴과 복부 등 신체가 압착되면 폐 기능이 떨어지고 혈액순환이 되지못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데 이를 압착성 질식사(compression asphyxia)라고 한다. 또한 이태원참사에서 보면 질식이외에 장기파열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중밀집지역의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당 대규모 인원이 한 지역에 집중되는 상황은 관리책임이 있는 사람들과 전문가에 의해 수립된 안전계획과 각종 조치들, 그리고 돌발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장 중요한 사고 예방의 수단이 된다. 다중밀집상황에서의 발생 사고를 방지하는 핵심은 사람의 밀도를 적정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통제인원들이 바리케이트나 펜스 등으로 지역을 구획하고 각 구획된 지역 내 인원을 적정수준으로 통제하면서 단계적 이동하도록 하여 다중밀집상황을 방지하는 방법이 있다. 좀 더 기술적인 방법으로는 CCTV 카메라를 통한 상황 모니터링과 실시간 통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주요 지점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입수된 정보에서 군중 밀도 및 흐름 등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체적인 상황과 부분적인 지역별 상황을 파악하여 사고발생의 조짐을 예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고의 발생 위험이 감지된다면, 즉각적으로 추가적인 인원의 진입차단, 기존 인원의 타 지역 이동 및 배출 등을 수행하여 밀도를 감소시켜야 하며, 비상대응 요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통제는 훈련된 책임 있는 실무자 또는 군중관리 전문가(crowd manager)등의 판단에 의해 실시간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군중의 이동에 대한 군중역학(crowd dynamics)과 군중 시뮬레이션 (crowd modeling or crowd simulation)등의 수단을 통하여 상황을 검토해보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한 대책이 될 수 있다.
다중밀집지역의 사고에 대한 대응은 각 개인도 알아야 할 사항들이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국내 언론에서 많이 인용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의 “군중압착상황에서의 생존방법과 치명적인 이유”(How to survive a crowd crush and why they can become deadly)라는 기사의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3) Tara Parker-Pope기자에 의해 작성된 이 기사는 영국서포크 대학교의 G. Keith Still 교수,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교의 Martyn Amos 교수, 로스엔젤리스 군중안전컨설팅서비스의 군중안전전문가 Paul Wertheimer 등 이 분야 최고수준의 전문가들에 의해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작성하여 참고할 만하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제시된 여행자 안전부분의 “대규모 집회로의 여행”(Travel to Mass Gatherings)의 내용을 참고할 수 있겠다.4) 이 두 문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하고 본 필자의 의견을 추가하면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제시할 수 있다.
- 군중압착에서의 생존 자세로 추천된 태아자세는 2003년 2월 20일 발생한 로드아일랜드 스테이션나이트클럽 화재(100명 사망, 230명 부상)에서의 생존자 마이크 바르가스(Mike Vargas)가 2003년 2월 25일 미국 NBC에서 방영된 인터뷰에서 군중압착 상태에서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로 있다가 화재와 압력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증언한 자세이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도적, 교육적, 기술적 대안이 만들어지고 적용되어야 한다. 각 부분별 대안 수립 및 시행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선도적인 국가로서 A.I.와 IoT 기술이 적용된 대응 시스템의 개발을 시도해볼만 하다. 다중밀집상황에서의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므로 이에 적용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사고예방과 피해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